미국 에이전틱 AI 스타트업 스팽글AI(Spangle AI)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캐런 문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AI 패권 경쟁 속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문 COO는 2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기업가이자 투자자로, AI·혁신·벤처캐피털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에 자문해 왔으며 두 차례의 성공적인 창업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오는 19일 개최되는 제12회 이데일리 글로벌 AI 포럼(GAIF 2025)에 주요 연사로 참여해 인사이트를 공유할 예정이다.
캐런 문 스팽글AI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방식 따라가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으며, 차라리 강점이 있는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문 COO의 진단이다. 그는 “카카오와 네이버는 글로벌 빅테크의 진입을 막아낸 드문 사례이고,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분야를 이끌고 있으며, 한국 콘텐츠는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은 빠른 속도, 전문화, 자국 시장을 지키며 동시에 세계에서 경쟁해온 입증된 역량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의 길은 ‘최고의 범용 AI’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산업에 가장 적합한 AI’를 만들고, 그 성과를 입증한 뒤 수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픈소스 AI 모델을 적극 활용하면서 애플리케이션 주도권은 직접 쥐고 더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COO는 AI 인재 확보를 위한 전략에 대해 “실리콘밸리의 진정한 강점은 급여가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소, 벤처캐피털, 그리고 인재·자본·유통이 한곳에 집중된 스타트업 생태계”라며 “한국은 이를 복제할 필요는 없고 특정 AI 버티컬 분야에서 탁월한 거점을 구축하고 AI를 이해하는 벤처캐피털과 글로벌 시장 진출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COO는 한국 AI 스타트업의 경쟁력에 대해 “한국 AI 스타트업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내수 중심의 전략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창업자들은 한국 시장을 먼저 겨냥하고, 그다음에 세계로 나가거나 혹은 아예 해외 진출을 시도하지 않는다”며 “한국 스타트업이 국내 시장만으로 충분히 성공할 수는 있지만, 인구 감소로 성장 잠재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웨이즈(Waze)가 11억달러에 구글에 인수되고, 클라우드 보안 플랫폼 위즈(Wiz)가 120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AI 산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는 ‘에이전틱 AI’를 꼽았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 지시 없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실행까지 수행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다. 그는 “오랜 기간 풀리지 않던 비즈니스 문제들이 생성형 및 에이전틱 AI를 통해 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팽글AI는 쇼핑 경험을 에이전틱 AI로 최적화하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다. 문 COO는 “스팽글AI는 리볼브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에이전트를 활용한 커머스를 구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기존의 분절된 이커머스 구조와 수작업 프로세스를 통합된 두뇌인 ‘프로덕트GPT’와 브랜드 맞춤형 AI 에이전트로 대체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에이전트들은 판매자의 목표를 대변하고, 실시간 맥락을 해석하며, 시장 트렌드를 학습하고, 고객 반응에 따라 동적으로 맞춤형 제안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각 쇼핑 채널 전반에서 모든 고객에게 1대1 개인화된 상품 추천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에이전틱 AI를 자사 서비스나 플랫폼에 통합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구현에 앞서 데이터 품질, 맥락 설계, 조직 문화 등 현실적인 과제들이 잇따라 부각되고 있다. 이에 대해 문 COO는 기업의 AI 파일럿 프로젝트 가운데 95%가 측정 가능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최근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이는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AI의 이점을 실질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업무 흐름(워크플로우)을 조직이 설계할 줄 모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문 COO는 AI를 조직에 도입할 때 거버넌스(조직 관리 체계), 안전장치(가드레일), 인재 육성을 처음부터 전략의 일부로 포함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정교한 에이전트를 모든 부서에 한꺼번에 배치하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며 “작은 규모에서 시작하고, 단순히 코드를 짜는 사람보다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할 수 있는 인재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가 판단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증폭시키는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런 문 COO는…
△UCLA 경영경제학 학사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MBA △트렌드애널리틱스 공동 창업자 겸 CEO △스팽글AI 공동 창업자 겸 CO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