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사모투자회사 EQT의 페르 프란첸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현존하는 1만 5000개 이상의 사모펀드 운용사들 중 불과 5000개만 지난 7년 동안 신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런 회사들 중 향후 5~10년 안에 자금 유치에 성공할 수 있는 곳은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사진=AFP)
EQT는 지난해 전 세계 사모펀드 운용사 중 모금액 기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프란첸 CEO는 20년 이상 EQT에서 근무하며 핵심 투자 전략과 글로벌 확장에 기여했으며, 지난 5월 회사 대표로 취임했다.
최근 몇 년간 사모펀드 시장은 인수·합병(M&A) 부진 등으로 신규 자금 조달이 크게 위축됐다. 데이터 제공업체 프레킨(Preqin)에 따르면 올해 자금 조달 시장에서 ‘최종 마감’(final close)에 성공한 사모펀드 수는 최근 9년래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많은 펀드 운용사들은 기존 펀드에서 수수료를 최대한 확보하거나, 자신이 보유한 자산을 ‘자기 매입’ 형태로 이전해 운용 수익을 연장하는 ‘컨티뉴에이션’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컨티뉴에이션 구조는 운용사가 기존 자산을 외부 매각 없이 재편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란첸 CEO는 새로운 관리 수수료를 창출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일시적인 처방일 뿐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펀드에서 수수료를 짜내고, 임시적인 구조로만 자금을 돌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숙련된 인재를 유치하거나 유지할 수 없는 방식”이라며 “이런 회사들은 결국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사모시장 자금의 90%가 전 세계적으로 50~100개 대형 운용사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금 재유입의 중심이 소수 대형사로 쏠리는 가운데, 규모가 작은 중소형 운용사들은 생존을 위해 기존 자산에만 매달리다 도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그는 “대다수 기업들이 새로운 펀드를 만들지 못한 채 기존 투자만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부 업계 리더들은 여전히 장기적으로는 자금 유입이 확대될 것으로 낙관했다. CVC 캐피털파트너스의 롭 루커스 CEO는 “향후 10~20년간 사모자본 수요는 막대하다”며 “산업이 침체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401(k) 퇴직연금이 사모자산 등 대체투자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함에 따라 시장 확대 및 이에 따른 신규 기회 창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운용사들은 미 연금시장을 새로운 자금줄로 주목하는 한편, 개인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반유동성 구조의 상장펀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루커스 CEO는 “시장에는 여전히 새로운 회사가 등장하고, 잘 운영되는 소규모 펀드들이 다시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여력이 있다고 본다. 관련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