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글로벌 ‘달러화 채택’ 확대 추진…中 탈달러 견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03일, 오후 07:0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계 각국에 달러화를 주요 통화 또는 공식 통화로 채택하도록 유도하는 ‘달러라이제이션’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주도하는 ‘탈(脫)달러화’ 움직임에 대응해 글로벌 금융질서에서 달러화의 지배력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진=AFP)


미 재무부와 백악관 등 주요 정부 부처 직원들은 지난 8월 스티브 행키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두 차례 만나 다른 국가들이 달러화를 주요 통화로 채택하도록 장려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두 차례 회의에는 미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국가경제위원회(NEC),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고위 관계자들을 비롯해 미 재무부 관계자 및 백악관 정계 인사 등이 참석했다.

행키 교수는 달러라이제이션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는 FT에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미 행정부 내 고위 인사들이 국제 금융시장 내 달러화의 영향력 강화를 주요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전략은 달러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구상과 같은 흐름 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대변인 쿠쉬 데사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화의 힘과 영향력 유지에 대한 의지를 거듭 천명해 왔다. 다른 여러 국가적 중요 현안과 마찬가지로 최우선 과제이며, 정기적으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며 회동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다만 “이러한 논의와 의견 청취가 공식적인 정책 입장이나 정부의 정책 결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돼선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논의가 최근 미국이 아르헨티나의 외환위기 진정을 위해 200억달러 규모의 금융지원 패키지를 승인하기 이전에 시작됐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행키 교수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레바논, 파키스탄, 가나, 튀르키예, 이집트,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등을 달러라제이션 후보국으로 꼽았다. 에콰도르와 엘살바도르는 이미 달러화를 공식 통화로 사용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1991년부터 2002년까지 달러화 고정환율제(통화위원회 제도)를 운영했으나, 2001년 국가부도 사태로 붕괴됐다. 행키 교수는 “아르헨티나가 반복적인 통화 불신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달러화 채택이 불가피하다”며 “1995년 이후 누적된 자본유출로 자국 부채의 76%가 해외로 빠져나가 경제의 생산여력을 크게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아르헨티나에서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주도한 여당의 총선 승리 이후 금융시장이 일시 안정세를 되찾았으나, 시장에서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현재의 ‘달러화 연동 환율밴드’를 점진적으로 유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원래 환율을 일정 범위(밴드) 내에서만 움직이도록 관리하던 방식을 앞으로는 그 범위를 더 넓히거나 덜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환율이 실제 시장 상황에 맞게 더 자유롭게 변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달러화 보유고’를 더 쉽게 확충할 수 있다. 이는 미국 및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과도 관련이 있다.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최근 “단기적으로는 달러라제이션 전환이 어렵다”며 선택지에서 배제하면서도, 전면 거부는 하지 않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FT는 전했다.

달러라이제이션 논의는 일회성 정책이 아니라 향후 미국의 통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전통적인 군사 동맹 외에도 ‘달러화 동맹권’을 확대해 외환·금융 전선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진단이다.

물론 우려 목소리도 있다. IMF는 “달러라제이션은 아르헨티나의 자율 통화정책을 박탈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을 채택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장기 저성장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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