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2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호주 그리피스대의 크리스토프 네도필 교수는 중국 상하이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와 공동 작성한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건설 계약 총액이 1230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2배에 달하는 규모로, 글로벌 경기둔화 및 무역갈등 고조 속에 늘어난 것이어서 주목된다.
2013년 출범한 일대일로는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약 130여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항만·철도·발전소 등 대규모 인프라를 세우는 신(新)실크로드 프로젝트다. 보고서는 일대일로에 가입한 국가에서 중국 정부 또는 민간기업 투자 및 건설 계약을 참여로 간주했다.
일대일로 투자·건설 계약 총액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2년엔 745억달러에 그쳤으며,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을 해제한 뒤 첫 해인 2023년엔 924억달러로 반등했다.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30% 급증한 1220억달러로 불어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 이를 재차 경신했다.
미국 중심 세계 질서가 혼란에 휩싸이자 중국이 이를 기회로 삼아 개발도상국을 매개로 ‘대안적 세계 질서’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3일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고위회의에서 “향후 5년간 불확실성과 예측하지 못한 요인이 현저히 증가해 중국의 발전을 보장하면서 안보를 유지하는 과제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주일 뒤인 같은달 30일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미중 무역갈등 완화를 위한 ‘불안정한 휴전’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시 주석의 근본적인 고민인 ‘미국 리스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해법으로 그가 강화하고 나선 것이 바로 일대일로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대일로는 한때 ‘부채 함정 외교’라는 비판과 함께 환경 파괴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시 주석은 2021년 “작지만 아름다운 사업”을 표방하며 석탄발전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축소하고, 녹색에너지, 보건의료, 통신 등으로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대규모 계약이 주를 이룬다. 올해 상반기 아프리카에 투입된 390억달러 중 절반은 중국 국영기업이 나이지리아에 설치하는 200억달러 규모의 석유·가스 시설 건설이 차지했다.
다만 최근엔 중국 민간기업 중심의 녹색 프로젝트 투자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된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 태양광·풍력·폐기물 발전 투자액은 118억달러로 전년대비 24%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97억달러가 추가됐다.
무역 측면에서는 ‘글로벌사우스’와의 연계 강화가 뚜렷하다. 미국이 여전히 중국 상품 최대 수입국이지만, 전체 수출 비중은 2018년 20%에서 올해 12% 이하로 급감했다. 대신 아세안(ASEAN) 회원국과의 교역은 올해 9월 기준 전년대비 15% 증가했고, 아프리카로의 수출은 무려 57% 급증했다. 2015년 중국 전체 수출의 35%를 차지하던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의 비중은 지난해 44%로 확대했다.
일대일로는 단순한 경제 전략을 넘어, 중국이 국제외교 무대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현재까지 150여개국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1조 3000억달러 이상의 누적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유엔 등 다자기구 무대에서 ‘중국식 질서’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약 70개국이 최근 중국이 제안한 ‘대만 통일 노력 지지’ 문안에 동참했다.
물론 부작용도 여전하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는 중국산 제품 유입으로 자국 산업이 흔들리고, 대중 무역적자가 확대했다. 이에 각 국가에선 보호무역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호주 로위연구소는 “일대일로가 이제는 자본 공급자가 아닌 개도국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변모했다”며 “2010년대에 체결된 대규모 대출 상환 부담이 현재 신규 차관 공급액을 웃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역시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으며, 동시에 해당 국가들이 어쩔 수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다. 중국 외엔 기술력과 건설 능력, 빠른 집행력을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는 나라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공산당 기관지 추스(求是)는 최근 사설에서 “일대일로는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패러다임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불안정한 시대를 맞이해 시 주석은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중국은 자신이 설계한 새로운 질서로 일대일로 참여국들을 편입시켜 ‘미국 이후의 세계’에 대비하고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