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에 ‘트럼프 관세 위법판결’ 촉구 의견서 잇따라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03일, 오후 07:39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의 적법 여부를 심리하기 위한 미 연방대법원의 재판을 앞두고 기업과 학계, 정치권 등 각계에서 위법 판결을 촉구하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관세 조치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의견서 약 40건이 오는 5일 구두변론 기일에 앞서 대법원에 접수됐다.

미 상공회의소는 의견서에서 “이미 미국의 대·중소기업들이 입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초래한 막대한 경제적 파급력을 보여준다”며 “트럼프식 관세 불확실성이 기업의 설비투자를 늦추고 소비자들의 구매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콰이어 패튼 보그스 로펌의 변호사이자 트럼프 행정부 전 경제보좌관이었던 에버렛 아이센스태트는 “이번 판결은 앞으로 대통령의 경제 의제를 규정짓는 근본적 사건이 될 것”이라며 “이 사건은 앞으로 오랫동안 법학 교과서에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친화 성향의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와 골드워터연구소 등도 이번 IEEPA에 근거한 대통령의 관세권 행사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민주·공화 양당의 전·현직 의원과 전직 판사, 법학 교수들도 반대 진영에 동참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 진 섀힌 의원은 “이번 소송을 통해 법원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며 “이 관세는 미국 가정의 부담만 늘릴 뿐,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를 지지하는 의견서도 제출됐지만, 지난주 기준 10건도 채 되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미국의 지속적 무역적자를 ‘국가비상사태’로 선언하고, IEEPA를 근거로 거의 모든 교역국에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했다. IEEPA는 대통령이 비상사태에 외국의 위협에 대응해 경제 제재를 취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법이다. 앞서 1심 국제무역법원(USCIT)과 2심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IEEPA에는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은 명시돼 있지 않으며, 관련 권한은 헌법상 의회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관세로 인해 향후 10년간 미 재정적자가 4조 달러 줄어들 것이라는 미 의회예산국(CBO) 추정치를 인용하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공개된 CBS방송 ‘식스티미닛츠(60 Minutes)’와의 인터뷰에서도 관세가 국가 안보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이 관세 부과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신속하고 유연하게 관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며 결국 나라가 파멸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상호관세, 대중국 펜타닐 보복관세 등 일부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법적 근거를 약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품목별 관세(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는 이번 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 조치가 불법이라고 판단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법적 수단을 활용해 관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지타운대 법학 교수이자 전 미 무역대표부(USTR) 출신인 캐슬린 클로센은 “대통령은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단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다른 여러 경로를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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