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도 전화 격려…무슬림 출신 첫 뉴욕시장 나오나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04일, 오전 05:59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1주년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뉴욕시장과 뉴저지·버지니아 주지사를 새로 뽑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실시되는 ‘미니 지방선거’로, 민심을 파악하는 첫 번째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미국 민주당의 전통적 우세 지역에서 열리는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전반적으로 우세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 후보들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특히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시에선 최초의 무슬림 시장이 선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 시장 선거를 앞두고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퀸즈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 조란 맘다니 후보 지지자들이 선거 운동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욕시·뉴저지주·버지니아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지방선거

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4일 오후 7~9시(미 동부 기준)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버지니아 주지사, 뉴저지 주지사, 뉴욕시장 선거 첫 개표 결과가 각각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은 뉴욕시다. 진보 성향의 조란 맘다니(34) 민주당 후보와 뉴욕주지사를 지낸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67) 후보가 맞붙고 있어서다.

무명에 가까웠던 정치 신인 맘다니 뉴욕주 하원의원은 지난 6월 뉴욕시장 예비선거에서 거물 정치인인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며 파란을 일으켰다.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 후보는 고물가에 시달리는 뉴욕 서민층의 생활 형편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공약을 내걸어 돌풍을 몰고 왔다, 그는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버몬트·민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뉴욕·민주) 등이 속한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 진영에 소속돼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당내 경선에 패배했던 쿠오모 후보가 무소속으로 본선에 출마하며 막판까지 추격전을 펼치고 있지만, 대세는 맘다니 후보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민주당에서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최근 맘다니 후보에게 “선거운동을 인상 깊게 지켜봤다”고 격려의 말을 건냈다고 2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맘다니 후보에 비공개로 전화를 걸어 그의 성공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향후 조언자 역할을 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맘다니 후보에 대해 공식적인 지지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이번 통화는 그가 맘다니를 정치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강한 신호로 해석된다. 이는 민주당 내 일부 인사들이 맘다니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주목할 만하다.

맘다니 후보는 민주당 내에서도 급진적 민주사회주의 성향의 정치인으로 평가받으며, 일부 지도부 인사들은 공개적인 지지를 꺼려왔다. 민주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 상원의원(뉴욕주) 아직 지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으며,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인 하킨 제프리스 의원(뉴욕주)도 수 개월간 입장 표명을 미루다가 조기 투표 직전에서야 지지 의사를 밝혔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 자치구 소재 맨해튼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조기 투표 마지막 날 시장 선거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뉴욕시 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가 무소속 시장 후보 앤드루 쿠오모와 공화당 후보를 상대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사진=AFP)


◇공화당 “급진 좌파 상징” 공격에도 맘다니 승리 유력…캘리포니아선 주민투표

반면 공화당은 맘다니를 민주당 급진 좌파의 상징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공격하고 있다. 하원 공화당의 선거 캠프 조직은 최근 내부 메모를 통해 “(맘다니의 부상은) 단순히 뉴욕에서 열리는 한 지역 선거만의 문제가 아니며 미국 전역에서 민주당이 사회주의와 극좌 정치 세력에 점점 휘둘리고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맘다니를 전국적으로 민주당과 동의어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맘다니 후보의 부상을 계기로 민주당 전체가 점점 더 급진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다.

그럼에도 맘다니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며 승리가 유력하다. 지난달 25~30일 아틀라스인텔 여론조사에서 맘다니의 지지율은 41%로 1위였고, 이어 쿠오모(34%), 슬리워(24%) 순이었다. 지난달 24~28일 실시된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선 맘다니와 쿠오모의 격차가 16%포인트로 조사됐다.

맘다니 후보는 임대료 동결, 최저임금 2배 인상, 부유세 신설, 무상 버스·보육 등 포퓰리즘 성격의 공약을 내세워 민주당 내에서도 급진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만, 2위인 쿠오모 전 주지사에 안정적인 우세를 유지하고 있어 당선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버지니아주에서도 민주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역에선 공화당 소속 윈섬 얼 시어스 부지사와 애비게일 스팬버거 전 민주당 하원의원이 버지니아의 첫 여성 주지사 자리를 두고 맞붙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이 최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팬버거 전 의원(56%)이 시어스 부지사(44%)를 11%포인트(p) 격차로 앞더고 있다.

뉴저지주 주지사 선거에서는 미키 셰릴 민주당 하원의원이 잭 시아타렐리 공화당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폭스뉴스가 지난달 24~28일 9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셰릴 후보(52%)와 시아타렐리(45%)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7%p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같은 날 선거구 개편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이번 개편안은 민주당 강세 지역인 캘리포니아에서 최대 5석의 연방하원 의석을 추가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는 공화당이 우세한 텍사스주가 연방하원 의석 5석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도록 선거구를 조정한 데 대한 대응 성격으로, 양당 간 세력 균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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