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내 금리 인하 두고 ‘비둘기파 vs 매파’ 격돌… 12월 결정 안갯속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04일, 오후 07:10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의 금리 인하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면서,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두 달 연속 금리 인하 이후 금리인하 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최근 들어 매파(긴축 선호) 목소리가 다시 전면에 부상하면서 통화정책의 향방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비둘기파 “12월 인하 가능성 열어둬야”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는 3일(현지시간) 연준이 다음 달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열린 ‘포럼 클럽 오브 더 팜비치스’ 행사에서 “새로운 경제 지표를 평가하면서 열린 마음을 유지하고, 위험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는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데일리 총재는 또 “연준은 현재 물가 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편으로는 여전히 목표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높은 물가로 구매력이 약화된 가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 이사 (사진=AFP)
리사 쿡 연준 이사도 이날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행사에서 “고용시장의 추가 약화 위험이 인플레이션 상승보다 크다”며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책은 정해진 경로에 있지 않다. 모든 회의가 ‘라이브 미팅(live meeting)’”이라고 말해 12월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쿡 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로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이 다소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관세의 영향은 일시적”이라며 “이 영향이 사라지면 물가는 점차 연준의 2%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쿡 이사는 “고용의 하방 위험이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지난주 금리 인하 결정은 적절했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이단아’로 불리는 스티븐 마이런 이사 역시 “현재의 통화정책은 여전히 지나치게 긴축적”이라며 “지속된 긴축이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신용시장에서 나타난 불안 조짐이 통화정책이 과도하게 긴축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런 이사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여러 신용 문제들이 연달아 나타나는 것은 정책이 지나치게 긴축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두 차례 FOMC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하안에 반대하고 0.5%포인트 인하를 주장한 바 있다.

스티븐 마이런 연방준비제도 이사(사진=AFP)
◇매파 반발 확산 “인플레 식지 않았다”

이에 맞서 매파 인사들은 물가 안정이 여전히 불충분하다고 지적하며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걸고 있다.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연은 총재는 야후파이낸스(Yahoo Finance) 인터뷰에서 “12월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웃돈 지 4년 반이 지났고 최근 추세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의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그는 “금리를 더 낮출 여지는 있지만, 인플레이션 추세를 보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AFP)
최근 연준 내부 기류를 보면 매파들의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배스 해맥(클리블랜드), 제프 슈미드(캔자스시티), 로리 로건(댈러스) 총재 등 기존 강경 매파 인사들이 일제히 10월 금리 인하 나아가 12월 금리인하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특히 로건 총재는 지난달 31일 “10월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식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슈미드 총재 역시 “노동시장과 경기가 여전히 견조하며, 인플레이션 위험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해맥 총재도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어야 했다”며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일정 기간 제약적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월러 연준 이사는 “현재까지의 지표가 12월 인하를 지지하고 있다”며 상반된 메시지를 냈다. 이는 10월 금리 인하 당시 내부적으로 ‘12월은 신중히 접근한다’는 단서를 전제로 합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12월 FOMC에서는 연준 지도부가 이 같은 매파 성향의 지역 연은 총재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상당히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12월 회의의 핵심은 ‘금리 인하 여부’ 그 자체보다 연준 내부 세력 균형을 가늠할 분수령이 전망이다.

◇“매파적 인하 가능성… 2019년 패턴 닮았다”

시장에서는 설령 12월 금리 인하가 단행되더라도, 이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병행하는 ‘매파적 인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즉, 단기적 경기 방어를 위한 인하이지만 추가 인하에는 매우 신중하겠다는 메시지가 동반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2019년 연준이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단행했던 ‘보험성 인하’와 유사한 흐름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당시에도 연준은 세 차례 인하를 단행했지만, 이후 즉각 긴축 기조로 복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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