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IT 이어 '000 시대'" 현실로…주가 240% 폭등 '잭팟'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04일, 오후 10:43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금, 석유, 테크 붐이 지나고 이제는 희토류 시대다.“

세계 희토류 최대 매장지를 보유한 미국 상장 광산업체 최고경영자(CEO)의 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한 희토류 채굴 기업들의 주가가 석 달 만에 최대 5배 이상 폭등하는 등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미중 간 희토류 확보를 둘러싼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과 청정에너지 분야의 장기적인 수요 증가 요인이 희토류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장쑤성 롄윈강의 한 항구에서 수출을 위해 희토류 원소가 함유된 토양을 운송하는 모습.(사진=로이터)


◇미중 희토류 갈등에 美 채굴 ·정제 기업 주가 랠리

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크리티컬 메탈스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무려 241% 폭등했다. 같은 기간 에너지 퓨얼스, 아이다호 스트래터직 리소시스 등도 100% 이상 급등했다. 특히 올해 들어 희토류 관련 주식은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퓨얼스는 연초 대비 주가가 4배 이상, 니오코프 디벨롭먼트는 5배 가까이 뛰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전기차, 배터리, 국방, 항공우주 등 첨단 산업에 필요한 희토류 등 희귀 전략 자원의 채굴·정제 기업으로, 미국 내 공급망 안정화와 자원 안보 전략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희토류 관련 기업의 랠리는 미국과 중국 간의 희토류 공급망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발생했다. 희토류는 첨단 기술 분야와 방위산업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로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하는 희토류 원광을 중국에 공급하고, 중국은 미국에서 받은 희토류를 가공, 제련해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를 정제하고 있고, 가공은 80% 이상을 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의 과잉 생산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을 포함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자 중국은 희토류 금속과 자석에 대한 세계 공급망을 통제하고 있는 점을 최대한 활용, 최근 수출 통제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자원 패권을 무기화고 있다. 이에 미국은 자국 내 생산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지난 7월엔 미 국방부가 미국 최대 희토류 채굴 기업인 MP머티리얼의 지분 15%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은 지난달 29일 한국에서 만나 중국이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AFP)


◇AI·청정에너지 성장에 희튜류 시장 ‘슈퍼 사이클’ 진입

중국의 수출 통제 유예 조치 소식에 미 증시에 상장된 희토류 관련주식은 일제히 반등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무역 휴전이 장기적인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중간 지정학적 긴장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일시적인 완화에 그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희토류 시장이 장기적인 상승 흐름인 이른바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인공지능(AI)과 청정에너지 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희토류 수요가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호주 기반 희토류 탐사 기업 뉴프론티어 미네랄스의 케빈 다스 수석 기술 고문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전폭 지원하면서 리튬 관련 주식이 급등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희토류 육성 정책도 유사한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9~10개월 동안 그린란드 병합 언급, 우크라이나와의 희토류 협력 추진, MP머티리얼즈와의 지분 계약 체결 등을 통해 희토류 자원 확보에 직접 나섰다”며 “향후 2~3년은 희토류 산업에 있어 매우 유망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희토류 관련 주가 급등이 지정학적 긴장감, 전략적 정책 지원, 투기적 자금 유입이 결합된 결과로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공급망 연구 책임자 아우든 마틴센은 “희토류는 이제 국방, 전기차,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핵심 자원으로 자리잡으며 글로벌 산업 전략의 중심으로 떠올랐지만, 지금은 ‘제4의 붐’이라기보다 구조적 전환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는 수입을 통해 자원 공급의 격차를 메워왔다면, 앞으로는 국내 또는 지역 내에서 직접 채굴해 그 격차를 메우는 방향으로 전략이 전환되고 있다”며 “이 과정은 매우 오래 걸리고 비용이 크며, 자원 구성의 복잡성 때문에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기후 경제학자인 게르노트 와그너는 “최근 미국과 일부 국가들이 주요 광물의 공급망을 자국 내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은 국가 안보 등의 측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시도는 미국 내 광산 기업들의 주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끄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현재 목격하고 있는 일부 현상은 정치적 움직임이나 불규칙한 무역 전쟁에 따른 일시적인 결과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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