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부산에서 6년만에 마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AFP)
미중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을 바꿔야 했다. 만장일치 수준으로 핵심 보좌진들이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블랙웰의 대중 수출 허용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미중 무역협상을 주도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반대의 듯을 표했다. 이들은 이 같은 조치가 중국의 AI 데이터센터 역량을 강화해 미국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엔비디아 첨단 칩 문제를 언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WSJ는 “블랙웰 칩의 대중 수출 허용은 잠재적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의미하며 중국의 AI 기업들을 엔비디아 기술 생태계에 계속 묶어둘 수 있는 기회였다”면서 “블랙웰 대중 수출 불허는 루비오 장관 등 트럼프 보좌진의 승리이자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기업 CEO인 젠슨황의 패배”라고 평가했다.
블랙웰 시리즈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이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블랙웰 B200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서버는 이전 세대인 H100 기반 서버보다 AI 학습 시 3배, 추론 모델 실행 시 약 15배 더 강력하다. 이에 블랙웰은 미국이 중국과 첨단기술 패권 경쟁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략 자원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미 정부는 블랙웰의 대중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달 전부터 성능이 다소 낮은 블랙웰 칩의 경우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으로 여겨졌으나 오히려 그의 ‘불허 입장’은 공고해졌다.
그는 전일 공개된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엔비디아와 거래하는 것을 허용하겠지만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첨단 기술은 미국 외에는 누구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서도 기자들에게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인 블랙웰 칩은 다른 칩보다 10년은 앞서 있다”면서 “이것을 다른 나라에 넘겨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황 CEO는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블랙웰 중국 판매를 계속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중국은 전 세계 AI 연구진의 절반이 살고 있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라면서 “지금처럼 어색한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 않길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책을 찾아주길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