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슈퍼사이클이 단순한 기술 유행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인프라 패권을 재편하는 구조적 성장기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워싱턴 D.C.의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GPU 테크놀로지 컨퍼런스)’에서 데이터센터 이미지를 배경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AFP)
오픈AI는 아마존과 맺은 이번 계약을 통해 향후 수년간 AWS 인프라를 활용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고, 차세대 AI 모델 학습과 챗GPT 실시간 추론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은 7년간 지속되는 장기 협약으로, AWS가 오픈AI 전용 컴퓨팅 클러스터를 구축해 2026년까지 전면 가동할 예정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AI 모델 확장을 위한 연산력 확보가 최대 과제”라며 “AWS 협력은 더 많은 사용자가 첨단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오픈AI가 2019년 이후 유지해온 MS 독점 계약을 지난달 종료하면서 이뤄진 첫 대형 파트너십이다. 그간 오픈AI는 MS의 애저를 유일한 클라우드로 사용했지만, 독점 해제 이후 오라클(3000억달러 규모), 구글(비공개)과 잇따라 유사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AWS 계약까지 포함해 총 인프라 약정액은 1조4000억달러(약 201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픈AI의 연간 매출(약 130억달러)을 훨씬 뛰어넘는다.
아마존 입장에서도 이번 계약은 의미가 크다. AWS는 세계 최대 클라우드 사업자지만, 최근 AI 수요를 선점한 MS와 구글에 비해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 이번 협약으로 오픈AI라는 ‘최대 AI 고객’을 확보하며 클라우드 빅3의 균형추를 다시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아마존 주가는 4% 급등했다.
특히 오픈AI와 AWS의 협력은 단순한 공급 계약이 아니라, AI 인프라 주도권을 둘러싼 클라우드 빅3(아마존·MS·구글)의 경쟁 가속을 상징한다. 즉 AI를 둘러싼 경쟁체재가 강화될수록 AI 투자, 혁신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MS, UAE에 AI칩 수출 허가…중동으로 AI인프라 확산
AI 슈퍼사이클의 또 다른 축은 글로벌 전선 확대다. 트럼프 행정부는 MS가 엔비디아의 최신 AI칩을 UAE에 수출할 수 있도록 처음으로 승인했다.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AI·클라우드 투자를 본격화하며,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 중심의 AI 동맹’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로 MS는 UAE 내 AI 컴퓨팅 능력을 기존보다 4배 이상 확장할 수 있게 됐다.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미국 정부의 엄격한 보안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며 “AI 기술의 신뢰성과 보안을 함께 수출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MS는 이미 지난 3년간 UAE에 73억달러를 투자했으며, 2029년까지 79억달러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5월 트럼프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은 아부다비 AI 데이터센터 단지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으며, MS가 투자한 현지 AI기업 G42가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중동에서 중국의 기술 영향력을 견제하면서 AI칩을 외교 자산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AI 슈퍼사이클은 구조적 성장”…미국 주도의 질서 공고화
AI 슈퍼사이클은 이제 기술 산업을 넘어 정책·외교·금융이 얽힌 거대 경제구조로 변모했다. 오픈AI-아마존의 계약이 민간 주도형 인프라 경쟁 가속을 상징한다면, MS의 수출 허가는 정부 주도의 기술 수출을 대표한다. 미국은 이 두 축을 병행하며 자국 중심의 AI 공급망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는 AI 슈퍼사이클이 미래 기술 패권을 향한 장기 투자전임을 보여준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2026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28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액이 3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인프라 투자는 이제 단순한 기술 확장이 아니라 ‘컴퓨팅 주권’을 둘러싼 국가 전략의 일부가 됐다”며 “AI 슈퍼사이클은 금융·정책·지정학이 맞물린 구조적 성장기”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