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니케이 주가 평균 지수를 표시하는 전자 주가 표시판. (사진=AFP)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올해 은행을 통해 총 1320억달러 규모의 외화 표시 채권과 대출을 조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56% 늘어난 수치로, 해외 채권 발행이 엔화 채권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할 것이 확실시 된다.
일본 기업들의 해외 자금 조달 움직임은 그간 수십년간의 디플레이션과 저성장 속에서 ‘현금 보유’에 집중했던 보수적 경영 행태에서 벗어나 공격적 투자로 방향을 튼 것을 의미한다. 일본 기업들은 최근 AI와 기술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가 하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격적 투자의 대표적인 예가 소프트뱅크다. 이 회사는 AI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50억 달러 규모 브릿지론을 조달하며 일본 내 최대 규모 차입을 기록했다.
일본 기업들의 글로벌화 전략도 해외 자금 조달이 늘어난 배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일본은 인구 감소로 인해 내수 시장 성장이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기업들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공격적인 M&A에 나서고 있다. 올해 일본 기업의 M&A 거래 규모는 262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29% 급증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도 해외 자금 조달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하고, 현재까지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하는 등 디플레이션 탈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엔화 조달 비용이 2000년대 후반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마루야마 타츠야 바클레이은행 일본 채권 자본 시장 책임자는 “일본 기업들이 달러나 유로화로 자금을 조달할 때의 비용이 엔화와 비교해 경쟁력 있는 수준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더 낮기도 하다”며 “이런 점이 해외 조달 거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즈는 일본 외화 거래를 관리하는 유럽 최대 금융사다.
기업들의 외화 채권 발행 급증에 따라 일본은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 최대 달러 채권 발행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를 연상케 하는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일본 기업의 부상을 가속화한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 글로벌 사모 대출 기관들도 일본을 주목하고 있다. KKR, 블랙스톤 등 대체 자산 운용사들은 일본 내 대출 시장에 직접 진입을 꾀하고 있으며 이미 다수의 사모펀는 일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도쿄증권거래소가 수년간 추진해온 주주 환원 강화 정책의 성과로, 최근 일본 기업들 사이에선 기업 M&A와 상장폐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해외 자금 조달 확대는 단순한 금리차를 넘어서 구조적인 경제 체질 변화의 신호“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금융시장 내 일본의 비중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