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사모대출 위험 커져…숨겨진 부채 확산 우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18일, 오전 02:50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위험이 누적되고 있다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7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이미지=챗GPT 생성
무디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사모대출 거래에서 기업이 지켜야 하는 재무 조건을 느슨하게 만든 ‘코버넌트 라이트’ 대출(Covenant-lite)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출기관이 기업의 재무 악화를 조기에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고, 부실 발생 시 회수율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사모대출 펀드가 대출 여력을 키우기 위해 보유 자산 가치를 담보처럼 활용해 은행에서 단기 자금을 빌리는 ‘NAV(순자산가치) 기반 신용라인’(일종의 펀드용 마이너스통장)을 적극 사용하면서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과 사모대출 펀드의 공동대출도 증가해, 전통적인 신디케이트 대출과 직접대출의 경계가 흐려지고 전염 경로가 넓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은행 대출과 사모대출의 방식이 뒤섞이면서, 금융 불안이 퍼질 수 있는 통로가 더 넓어졌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특히 이자를 ‘새로운 부채로 처리하는 PIK(Payment-in-kind) 구조가 확대되면서 차환(리파이낸싱)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이자를 현금으로 갚지 않고 빚으로 전가하면 시간이 갈수록 레버리지가 급격히 증가해 결국 더 높은 비용으로 차환해야 한다”며 “채권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사모대출 운용사들이 에너지 전환·인프라 등 분야에서 투자등급 기업과 손잡는 과정에서 자산을 합작사로 옮기거나 분리해 보유 부채가 재무제표에 잘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레버리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파산한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브랜즈 그룹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은닉 부채를 안고 있었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일각에서는 사모대출 시장이 견조하다는 평가도 있다. 디폴트율이 소폭 낮아지고 있고, 대출 대상도 더 높은 신용도의 기업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 공모 채권시장에서 나타난 부실이 사모대출로 크게 번지지 않았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그러나 무디스는 전체적으로 경계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사모대출 시장의 급성장과 복잡한 구조는 투자자 보호장치를 약화시키고 불투명성을 높여 장기적으로 회수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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