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이어 장어 가격도 오른다…일본, 식탁물가 '비상'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18일, 오후 01:5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식탁 물가가 급등 조짐을 보이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쌀값 고공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내년부터는 일본인들의 ‘최애’ 식품인 장어 가격마저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엔화 약세 역시 식품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사진=AFP)


◇5kg당 5000엔 돌파…재고 쌓이는데 가격은 그대로

18일 일본 FNN뉴스는 도쿄도 내 대부분의 슈퍼마켓에서는 신쌀(수확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햅쌀)이 5kg당 5000엔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전날 기준 후쿠오카현에서 생산된 쌀이 5㎏당 4731엔, 사가현산이 5㎏당 4947엔으로 세금을 포함하면 가격이 5000엔을 웃돌게 된다. 한국돈으로 1㎏당 1만원 꼴이다. 비축미와 햅쌀을 섞은 쌀도 5kg당 4000원대에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앞서 일본 농림수산성이 지난 3∼9일 일본 전역 1000여개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쌀 가격을 집계한 결과에서도 5㎏ 평균 가격은 4316엔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주대비 1.9%(81엔) 상승한 가격으로 2022년 3월 조사 개시 이래 최고치다. 또한 10주 연속 5㎏당 4000엔대 이상을 기록한 것이다.

일본의 쌀값 대란은 작년 여름부터 본격화했다. 폭염으로 2023년산 쌀 생산이 줄어들고 관광객 증가, 지진 이후 일시적 사재기 등이 맞물린 영향이다. 이후 일부 도시권에서 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매장에서는 기존보다 비싼 가격이 붙은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가격이 오르던 쌀값은 일본 정부가 비축미를 대량 방출하기 직전인 지난 5월 중순 5kg당 4285엔(종전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이후 비축미가 풀리면서 반짝 하락했지만, 판매량 감소로 다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마루세이 슈퍼의 마키다 코우기 대표는 “4㎏짜리 쌀은 비교적 잘 팔리지만 5㎏짜린 5000엔을 넘어 판매량이 좋지 않다”면서 “신쌀 가격이 작년보다 30% 이상 올랐다. 잘 팔리지 않는데 도매가도 200~300엔 가량 상승해 현재는 신쌀 입고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쌀은 너무 비싼 가격에 팔리지 않아 재고가 남아도는 데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10일 물가상승 대책 일환으로 쌀 상품권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임 스즈키 노리카즈 농산상이 곡창지대인 야마가타현 출신인 데다, 농림수산성 공무원으로 일했던 경력이 있어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임 고이즈미 신지로 현 방위상이 쌀 부족 해결을 위한 생산량 증대와 투기 세력 근절 등에 집중한 것과 달리, 스즈키 농산상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 가격 형성을 중시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셈이어서 쌀 가격이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여행을 온 일본인 관광객이 쌀을 사가는 사례가 지속되거나, 공식 수입량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 언론 및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정책 개혁 없이 땜질식 처방으론 쌀값이 안정되지 않는다. 소비자 부담만 키울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사진=AFP)


◇내년부턴 장어 수입도 복잡해져…엔저 겹치며 부담↑

이런 상황에서 내년 1월부터는 장어 가격이 오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세계 최대 장어 소비국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야생 동·식물 거래를 규제하는 워싱턴 조약(CITES) 사무국은 내년부터 아메리카 지역에서 잡은 장어를 수출할 때 라이선스 및 원산지 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현재 일본에서 소비되는 장어 대부분은 중국이 북미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잡히는 치어를 도미니카·아이티 등지에서 들여와 양식 후 가공해 수출하는 구조다. 한 팩당 1000~1300엔으로 일본산(2500엔 내외) 장어보다 가격이 절반 이하 저렴해 외식·소매업계 수요가 크다. 특히 구운 장어의 경우 99%가 중국산이다.

최근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외교적 갈등까지 불거져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도쿄 소재 수산상사의 한 관계자는 “관련 서류 발급으로 시간이 더 걸리고, 중국 측 추가 대응 가능성까지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가공업체 측에선 서류 발급 소요 기간을 확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사카 지역의 수산상사 역시 “서류 미비시 중국으로 반송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엔화 약세 역시 식료품의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에는 부담 요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향후 아메리카산 장어 수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가격이 비싼 일본산 장어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공급량이 한정돼 품귀 및 추가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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