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9만달러도 깨졌다…최고가 대비 28%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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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1월 18일, 오후 09:03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9만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이는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달 기록한 최고가 대비 28%나 떨어진 것이다.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세 약화, 장기 보유자의 차익 실현, 미국 금리 방향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약세장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18일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40분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24시간 전 대비 5.6% 내린 8만9550달러까지 하락했다.

(사진=AFP)
비트코인 가격이 9만달러 밑으로 내려갔다.(이미지=코인마켓캡 캡처)
비트코인 가격이 9만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관세 발표로 위험자산 시장에 여파가 한동안 이어졌던 지난 4월22일 이후 처음이다. 비트코인은 이날 추가 하락으로 지난달 초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6000달러에서 낙폭을 28.5%까지 키웠다. 올 들어 쌓은 가격 상승분도 모두 반납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10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보복 관세 발언이 촉발한 대규모 청산 사태 이후 한 달 넘게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가상자산 시장을 떠받치던 기관 수요가 약화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250억달러 이상을 빨아들이며 운용자산을 최대 1690억 달러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 2주 가까이 자금 유입이 사실상 멈췄다. 위험자산 시장 전반이 흔들리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하던 기관 수요가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비트코인 약세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연준이 12월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50% 아래로 떨어지고 최근 글로벌 증시가 고점에서 후퇴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약해지고 있다.

모나크자산운용의 스릴리앙 탕 매니징 파트너는 “비트코인이 중요한 10만달러 지지선을 잃은 이후, 12월 금리 인하 확률이 낮아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은 계속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헤지펀드인 비트풀 캐피탈의 디파스칼레 최고경영자(CEO)도 “비트코인의 하락세는 차익 실현, 유동성 감소, 거시경제적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장기 보유자들이 사상 최고가 근처까지 오른 상승 국면에서 매도에 나서면서 시장에 상당한 물량이 다시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더욱 긴축된 금융 상황과 신용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변동성에 민감한 자산에서 빠져나가고 있으며, 가상자산은 이러한 변화를 즉각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적으로 9만3000달러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8만6000~8만8000달러 구간의 유동성 공백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이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견해도 있다. 비트와이즈 애셋 매니지먼트의 맷 후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비트코인이 이번 조정장에서 가장 먼저 꺾인 자산이었다”며 “위험자산 전반에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카나리아’ 역할을 했다. 비트코인이 가장 먼저 바닥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년 이상을 내다보는 투자자라면 지금이 다시 한 번 흥미로운 기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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