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셰프'도 등장…UAE 두바이 레스토랑 화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18일, 오후 04:3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입맛’ 구현에도 도전장을 내밀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AI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등장하면서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의 인공지능(AI) 레스토랑 ‘우후’.(사진=우후 홈피이지)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UAE 식음료 전문기업 ‘가스트로나우트 호스피탤리티’는 지난 9월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인근에 미래형 레스토랑 ‘우후’(Woohoo)를 오픈했다. 이 레스토랑은 AI 시스템이 메뉴를 개발하고 인간 셰프가 이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방을 총괄하는 존재는 인간이 아닌 ‘아이만’(Aiman)이라는 이름의 AI 셰프다. 아이만은 UAE 기술기업 비비드 스튜디오가 개발한 대형언어모델 ‘우마이’(UMAI)를 기반으로 약 110만달러를 투입해 만들어졌다.

아이만은 직접 요리를 하진 않지만, 수천개의 레시피와 재료 데이터를 학습해 자체적으로 메뉴를 설계·개발한다. 아이만이 재료 조합을 분석하고 새로운 맛의 조합을 제시하면, 인간 셰프들이 이를 시범 조리하며 실제 메뉴로 완성한다.

식재료 재고 관리, 인력 운용, 음식물 쓰레기 절감 등에 있어 효율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AI 기반 주방은 식재료 낭비를 최대 51%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후는 AI 컨셉에 맞춰 레스토랑 내부 인테리어와 메뉴 명칭 등을 미래 지향적으로 구성했다.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검은빛 조명을 활용한 ‘사이버펑크’ 콘셉트로 내부를 꾸몄고, 벽면엔 2071년 두바이의 가상 스카이라인이 투사된다. 순간적으로 화면에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는 듯한 레이저 퍼포먼스도 간헐적으로 이어진다.

오픈 초기에는 메뉴의 80%가 인기 있는 아시아식 요리들로 구성됐다. 바삭한 오리샐러드, 록쉬림프 일본식 튀김요리, 스시 롤, 푸아그라 글레이즈 와규 꼬치구이 등이 대표 메뉴다.

하지만 쇠고기 타르타르에 복어와 참치를 더한 ‘다이너소어 하트’(Dinosaur Heart)라는 독특한 메뉴나, ‘메소포타미아 교자’(Mesopotamia Gyoza)와 같이 이라크식 만두를 한국 고춧가루와 석류소스로 재해석한 실험적 요리들도 있었다.

음식뿐이 아니다. 음료 역시 세계 각국의 여러 음료를 조합해 새로운 음료를 만들어 내놨다. 토마토 워터·일본 매실주·메스칼을 캐러멜 팝콘과 섞은 칵테일 ‘보이저스 리플라이’(Voyager’s Reply)와 로즈베리·히비스커스·블랙라임을 섞은 ‘코스믹 에코’(Cosmic Echo) 등이 대표 메뉴다. 각각 명왕성 탐사, 은하계를 상징한다.

이와 함께 제공되는 디저트도 태양계를 본뜬 접시에 각기 다른 ‘행성’ 형태로 제공되며, 안에는 모찌, 바나나 푸딩, 과일젤리, 아이스크림 등이 숨겨져 있다.

블룸버그는 “식사 도중 예술, 기술이 한데 엮인 몰입형 공연을 감상할 수 있으며, 주말 자정 이후에는 촬영이 금지된 비밀스러운 클럽 공간으로 전환돼 새로운 디지털 아티스트의 작품이 상영된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후의 코스 메뉴는 총 4가지, 약 130~200달러 수준으로 일반 레스토랑보다 비싸지만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된다”고 덧붙였다.

이 레스토랑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독특한 메뉴 구성과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음악이나 그림, 문학 등 예술 분야에 이어 요리에서도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아직까진 기술 부족으로 인간이 요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로봇이 발달하면 이 역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인간 셰프 레이프 오스만은 “아이만은 인간의 대체자가 아니라 영감의 파트너”라며 “우후의 주방은 기술과 감성의 협업 실험실”이라고 설명했다.

대형언어모델 우마이를 공동 개발한 무함마드 타라콤이는 우후 레스토랑에 적용한 기술을 다른 레스토랑에도 라이선스할 계획이다. 앞으로 AI 셰프가 메뉴를 개발하는 레스토랑이 더 많아질 것이란 얘기다. 그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AI 셰프는 더 똑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우후는 두바이가 지향하는 ‘미래 도시’의 상징이자, 외식 산업에서 인간의 감성과 기술의 경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실험장이 되고 있다”면서 “여전히 ‘데이터로 학습된 AI가 숙련된 인간 셰프의 ‘직감’을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남는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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