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통화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미국산 대두 구매 문제, 무역 협상 등도 논의됐으나, 전문가들은 이를 대만 문제를 둘러싼 외교전의 부수적인 의제로 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통화에서 “대만의 중국 귀속은 전후 국제질서의 중요한 구성요소”라며 “대만 문제로 지역 안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과 미국은 일본 군국주의에 함께 맞섰다”고 언급하며 일본을 노골적으로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구매와 무역 진전을 강조했지만, 중국 측 발표는 모든 메시지를 대만 중심으로 배치했다. 이는 중국이 향후 외교 프레임을 ‘대만’에 고정시키려는 전략적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웬디 커틀러 부회장은 “중국은 통화에서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대로 경제와 무역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이번 통화는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11월 7일 국회에서 “중국이 대만을 봉쇄하거나 침공할 경우 일본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언급한 직후 이뤄졌다. 이는 최근 수년간 일본 지도자가 밝힌 가장 노골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 발언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즉각 반발하며 강력한 보복을 경고했고, 이 과정에서 대만을 둘러싼 중·일 갈등과 지역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 주석이 통화를 ‘주도’한 점 역시 이례적이다.
◇ 美-中 통화에서도 ‘대만’은 사실상 핵심 의제
미국 백악관과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발표에서 대만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중국은 이를 통화의 주요 의제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국의 대만 관련 주장에 반박하거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소셜미디어에 “전반적으로 매우 좋은 통화였다”며 우크라이나, 펜타닐 제조에 쓰이는 화학물질의 중국 수출, 농산물 구매 등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통화를 “한국에서의 매우 성공적인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라고 부르며 “양측이 약속 이행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고만 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 한 시간 동안 시 주석과 통화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도 논의됐지만 “핵심은 중국과 추진 중인 무역협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 문제에서 의도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이를 틈으로 보고 미국의 입장을 선점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또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국의 침공 시 미국군 방어를 네 차례 언급한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입장을 명확히 밝힌 적이 없어 시 주석이 이번 통화를 ‘기회’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단순히 미국의 입장을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일본을 제어하도록 압박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크레이그 싱글턴 국장은 뉴욕타임스에 “중국은 대만의 안보가 지역 전체의 공동 이익이며, 중국이 대만을 봉쇄하거나 공격할 경우 연합 대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압박을 가한 것은 이 연대가 굳어지기 전에 미국이 중국의 내러티브에 힘을 실어주길 원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4월 베이징 회담 합의…그러나 ‘대만’이 회담의 본질
통화에서 양측은 4월 베이징 방문에 합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연말 시 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도 예고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추진 자체보다 회담을 끌어낸 ‘대만 변수’가 이번 외교 행보의 실질적 본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