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털사 인종 대학살' 마지막 생존자 플레처 별세…향년 111세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5일, 오전 11:4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지난 1921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시에서 일어났던 ‘털사 인종 학살’(Tulsa Race Massacre)의 마지막 생존자인 비올라 포드 플레처가 24일(현지시간) 11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털사 인종학살 생존자 비올라 포드 플레처가 2023년 6월16일 뉴욕에서 AP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사진=AP)
로이터통신과 AP통신에 따르면 플레처는 이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털사시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플레처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규모 인종 학살사건으로 기록된 털시 인종 학살의 생존자 중 한 명이다. 1921년 5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당시 7세였던 플레처가 살던 털사시 그린우드 지역에서 백인 폭도들이 흑인 주민들을 공격하면서 ‘털사 인종 학살’이 발생했다. 이틀 간 폭동으로 최대 300명이 살해되고, 흑인 거주 지역은 잿더미로 변했다.

지역 신문이 백인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흑인 남성에 대한 선정적인 보도를 게재한 게 발단이 됐다. 이후 백인 군중이 법원에 몰려들자, 흑인 주민들이 그를 보호하기 위해 무장했다. 백인 주민들은 압도적인 무력으로 대응, 당시 ‘흑인 월스트리트’로 불리던 지역에서 30개 이상의 도시 지역이 초토화됐다.

플레처는 2023년 회고록 ‘그들이 내 진실을 묻어버리지 않게’(Don’t Let Them Bury My Story)에서 “한때 번성했던 우리 공동체의 그을린 잔해, 하늘로 피어오르는 연기, 그리고 공포에 질린 이웃들의 얼굴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수십 년간 침묵을 지켜온 플레처는 손자 하워드의 설득으로 용기를 냈다. 2021년에는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생존자로서 직접 증언했고, 그의 동생 휴즈 반 엘리스와 현재 마지막 생존자로 알려진 레슬리 베닝필드 랜들은 2020년 털사시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오클라호마주 대법원은 지난해 6월 공공 피해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기각했다. 플레처는 법원의 결정에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이 어두운 역사를 끝까지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생 엘리스는 2023년 102세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1년 학살 100주기를 기념해 털사를 방문했으며 플레처, 밴 엘리스, 랜들과 만났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우리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며 “위대한 나라는 그렇게 한다. 자신의 어두운 역사와 마주하고, 우리는 위대한 나라”라고 미국의 역사 인식에 대한 성찰을 촉구했다.

플레처의 손자인 아이크 하워드는 “할머니는 자신의 죽음이 투쟁의 끝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행동의 불씨가 되기를 바랄 것”이라며 고인의 뜻을 기렸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