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美 과학혁명 다시 쓴다”…트럼프, 제네시스 미션 서명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5일, 오후 06:57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이 연방 정부 차원에서 인공지능(AI)을 통한 과학 연구 혁신을 추진한다. 각 부처가 수십 년간 축적한 방대한 과학 데이터와 미 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팅 역량을 전면 개방해 신약 개발·핵융합·우주 탐사·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백악관은 이번 프로젝트에 유인 달 탐사 ‘아폴로 계획’ 이후 최대 규모 과학 자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 7월 23일 워싱턴 DC 앤드루 W. 멜론 강당에서 열린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서밋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사진=AFP)
◇“美 국가 연구개발 자원 통합”…엔비디아·델 등 참여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AI를 활용한 과학 혁신 촉진 프로젝트인 ‘제네시스 미션’(Genesis Mission)의 출범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제네시스 미션을 ‘미국의 국가 연구개발 자원을 통합하는 프로젝트’로 규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국가 연구소 소속 과학자를 포함해 탁월한 미국 과학자들과 선도적인 미국 기업, 세계적인 대학, 기존 연구 인프라·데이터 저장소·생산시설·국가안보 시설을 하나로 묶어 AI 개발·활용을 획기적으로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행정명령에 따라 에너지부와 산하 국립연구소는 연방 정부가 보유한 과학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활용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우선 구축할 계획이다.

미국 국립연구소는 보유하고 있는 세계 1~3위 슈퍼컴퓨터를 활용할 뿐 아니라 민간과 협력해 AI 슈퍼컴퓨팅 역량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엔비디아, 델 테크놀로지스,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AMD 등이 슈퍼컴퓨팅 역량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안보 정보 등 공공 데이터와 민간의 고성능 컴퓨터를 결합하는 만큼, 미 정부는 보호가 필요한 정보를 적절히 통제한다는 방침이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제네시스 미션은 여러 기관의 과학적 노력과 AI를 과학적 도구로 통합함으로써 방대한 연방 데이터 세트·첨단 슈퍼컴퓨팅 능력·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 시설을 결합하고, 과학과 연구가 수행되는 방식을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AI를 활용해 실험 설계를 자동화하고, 폐쇄형 루프(자율 반응형 제어 시스템) 실험과 혁신적인 예측 모델을 가능케 해 연구 시간을 단축하는 데 있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특히 신약 승인 속도가 수십 년간 답보 상태였던 점을 언급하며 “이런 체계가 구축되면 수년 걸렸던 연구를 며칠, 심지어 몇 시간 단위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민간에서도 AI를 과학·바이오 연구에 활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가 대표적이다.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를 AI로 예측하는 모델로, 과거 실험실에서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던 단백질의 3차원 구조 예측을 단시간에 수행할 수 있게 앞당겼다.

◇바이오·우주·반도체 분야 혁신 집중

행정명령에 따르면 미 정부는 생명공학, 핵분열·핵융합 에너지, 핵심 소재, 우주 탐사, 양자정보과학, 반도체 등 국가 경제·보건·안보와 직결되는 분야에 우선순위를 두고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 언론들은 제네시스 미션이 트럼프 행정부가 AI 패권 경쟁을 우주경쟁이나 2차대전 당시 ‘맨해튼 프로젝트’에 버금가는 국가적 과제로 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중국 등 경쟁국을 제치고 AI 기술 패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 7월에는 AI 기술 발전 및 확산을 위한 국가 차원의 실행 계획을 담은 ‘AI 액션 플랜’을 발표하면서 “미국은 AI 핵심 기술 분야에서 확고한 세계 선두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AI 인프라 구축 규제를 완화하고,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를 용이하게 하며, 동맹국의 핵심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확보를 지원하는 다수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아울러 주 정부의 과도한 AI 규제 도입을 막기 위해, 주 정부의 규제가 위헌이라고 판단될 경우 법무부가 해당 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도 준비 중이다.

한편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이날 미국 정부 고객을 위한 AI와 슈퍼 컴퓨팅 인프라에 최대 500억달러(약 74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내년부터 정부 고객을 위한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아마존웹서비스에 1.3GW(기가와트) 규모 컴퓨팅 용량을 추가할 예정이다. 1GW는 원전 1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며, 약 7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용량 증설로 정부 기관의 AI 활용 역량이 높아지면서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게 아마존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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