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日에 대만 발언 수위조절 제안…中 무역휴전 의식”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7일, 오후 01:54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대만 주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하며, 대만 관련 발언의 수위 조절을 제안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안에 정통한 미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AFP)
지난 25일 이뤄진 양국 정상의 통화 내용을 전해 들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대만 주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했으며 대만에 관한 발언의 어조를 누그러뜨릴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중·일 갈등의 발단이 된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철회하라고 압박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카이치 총리의 일본 내 정치적 상황을 보고받고 발언 철회가 어려운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이후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 수위가 다소 누그러진 듯한 느낌도 포착됐다. 그는 26일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구체적인 대응을 언급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수위를 낮추려는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중국 자극 자제를 요청한 것은 모처럼 조성된 중국과의 ‘화해 무드’를 해치지 않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본 당국자들은 이 같은 메시지가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출한 긴장 완화가 대만 문제로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신호로 읽혔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와 통화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약 1시간가량 통화했다. 해당 통화에서 시 주석은 절반 가까운 시간을 대만 주권 문제에 할애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있어서 대만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는 점을 강하게 드러낸 셈이다.

통화에서 시 주석이 일본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를 언급한 대목에는 일본이 패전국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통화에서 “대만의 중국 복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의 중요한 구성 요소”라며 “중국과 미국은 전승국으로서 그 성과를 함께 유지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미일 정상 간 통화에 대한 WSJ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통한 서면 답변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매우 좋고, 이는 우리의 소중한 동맹국인 일본에도 매우 좋은 일”이라며 “중국과 잘 지내는 것은 중국과 미국 모두에게 훌륭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생각에 시진핑 주석은 대두와 기타 농산물 구매를 대폭 늘릴 것이고, 우리 농민에게 좋은 일은 곧 나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는 일본, 중국, 한국, 그리고 많은 다른 나라와 훌륭한 무역협정을 체결했고, 세계는 평화롭다”며 “이 상태를 유지하자”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미·중 관계의 새로운 현실을 보여준다고 WSJ는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유화적 관계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미묘한 시기에 다카이치 총리의 강경 발언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대만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존중한다’는 입장을 취하는 한편, 대만이 중국의 무력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지 않도록 방어용 무기를 제공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의 강경한 안보·국방 노선을 높이 평가하며, 미·일 동맹을 과시하기 위해 일본 요코스카에 정박 중인 미국 항모에서 함께 행사를 열기도 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내년 4 차례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 미·중 ‘무역 휴전’과 대만 문제가 떼려야 뗄 수 없이 얽히게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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