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30년 살며 이런 피해 처음"…한인회장이 전한 참사 현장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7일, 오후 04:02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홍콩의 초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최소 44명이 숨지고 279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벌어진 가운데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회장은 “홍콩에서 30년을 살아도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며 충격을 전했다.

(왼쪽부터)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 화재 현장, 부상 여성을 이송하고 있는 구조대. (사진=연합뉴스)
탁연균 홍콩한인회장은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날 홍콩 북부 타이포(Tai Po) 지역의 초고층 주거단지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현재까지 파악된 한국인 피해는 없으며 한인회 단체대화방에도 주변 피해 여부를 알려달라고 공지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화재는 전날 오후 2시 51분께 시작돼 순식간에 아파트 단지 전역으로 번졌다. 홍콩 소방당국은 27일 오전 기준 사망자가 44명, 실종자가 279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병원으로 이송된 주민 중 45명은 위중한 상태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숨진 사람 가운데는 구조 과정에서 희생된 소방관 1명도 포함됐다.

웡 푹 코트는 30층 이상 고층 건물 8개 동으로 구성된 정부 보조형 분양주택 단지로 2천 세대 이상, 약 4천6백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7개 동으로 불길이 번졌으며 일부 동은 아직 완전 진화되지 않은 상태다. 피신한 주민 약 900명은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특히 이번 참사는 외벽 보수 공사 중 설치된 대나무 비계(작업용 임시 구조물)가 불길 확산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탁 회장은 “홍콩은 건물 외벽 공사에 대나무를 많이 쓰는데 불에 잘 타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최근 며칠간 강풍까지 불어 화염이 더 빨리 번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타이포는 홍콩 행정구역상 신계(New Territories)에 속하는 북부 지역으로 도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거지이다. 부유층보다는 상대적으로 중·하층 주민이 다수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하철역도 있어 인구가 밀집된 곳이다.

탁 회장은 “중국 본토인뿐 아니라 홍콩 현지인도 많이 사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홍콩 경찰은 이날 새벽 이 단지 공사를 맡은 건설사 이사 2명과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외벽 보수 작업 당시 창문을 밀봉한 보호막과 필름, 스티로폼 등이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불길이 급속히 확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새벽 기자회견에서 “최우선은 진압과 구조”라며 “부상자 지원과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이후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이번 화재 대응 등급을 최고 수준인 5급으로 격상했다.

현지 한인사회도 피해 주민을 돕기 위해 구호금과 물품을 모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탁 회장은 “같은 지역에 사는 주민으로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현재까지 확인된 한국인 피해는 없다”며 현지 공관을 통해 피해 여부를 계속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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