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에 메모리칩 대란 조짐…폰·PC 가격 줄줄이 오르나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7일, 오후 05:46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메모리칩 공급 부족 우려가 본격화하고 있다. 주요 IT(정보통신)·전자제품 업체들은 이미 가격 인상 가능성을 경고하거나 핵심 부품 비축에 나서는 등 대응에 돌입했다.

(사진=AFP)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델 테크놀로지, HP, 샤오미, 레노버 등 최근 주요 IT 기업들의 움직임을 전하며 “메모리 부족 사태가 휴대폰부터 의료장비, 자동차에 이르는 각종 전자제품 제조비용을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메모리 공급 부족 조짐은 완제품 제조 기업에서 먼저 체감하고 있다. 델 최고운영책임자(COO) 제프 클라크는 지난 25일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비용이 이런 속도로 오르는 건 처음 본다”며 D램·낸드를 비롯한 메모리칩 전반에서 공급이 빠듯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고객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P 역시 2026년 하반기를 가장 어려운 시기로 예상하고 필요시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엔리케 로레스 HP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히며 “하반기 가이던스는 보수적으로 잡고 있지만, 동시에 공급처를 늘리고 제품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을 줄이는 등 공격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HP는 PC 제조 원가 가운데 메모리 비중이 15~18%에 달해 메모리 가격 상승이 수익성에 직결된다.

샤오미는 주력 스마트폰 가격을 올렸고, 내년에도 메모리 부족으로 모바일 기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레노버와 에이수스는 비용 급등에 대비해 메모리 비축량을 평소보다 늘렸는데, 두 PC 제조사 모두 올 4분기까지는 가격을 유지하더라도 새해에 시장 상황을 보고 다시 판단할 계획이다. 윈스턴 청 레노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델과 같은 우려를 드러내며 “전례 없는 비용 급등을 겪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IT 전자제품 제조 업체들의 메모리칩 공급난은 최근 AI 붐의 영향을 받았다. 칩 제조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용 고수익 제품에 생산 라인을 집중하면서, 스마트폰·PC·가전 등에 쓰이는 D램·낸드 공급을 줄였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내년 2분기까지 메모리 모듈 가격이 최대 50%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AI 붐이 촉발한 메모리칩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PC·스마트폰은 물론 각종 산업용 전자기기 원가를 밀어올려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블룸버그는 “데이터 저장 기능이 필요한 거의 모든 현대 전자기기에 메모리가 사용되고 있는 만큼 메모리 부족 사태는 휴대폰부터 의료 장비,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각종 전자제품 제조 비용을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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