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발언 자제령' 트럼프 中 편들기에 日 정치권 발칵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8일, 오전 09:12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 전화를 걸어 대만 발언을 자제하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보도를 두고 일본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AFP)
28일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25일 있었던 미·일 정상 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는 일본의 존립위기사태’ 발언을 두고 소동을 벌이고 있다며 일본이 중국의 도발에 말려들지 않고 미국과 공조해 사태 진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은 (대만 발언을) 자제하라’는 식의 표현은 없었다”며 “다카이치 총리에 답변 수정이나 철회를 요구하는 발언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사히 신문은 “그렇다고 해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문제 제기를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 (대만 문제를) 못 박은 형국이라는 점에는 변함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내에서는 미중 무역 관계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일 갈등에 직접 개입한 데 대한 위기감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사태가 심각해지면 아베 정권부터 구축해온 견고한 미·일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지지를 표하지 않은 것 자체가 일본에는 타격이라고 우려했다.

자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불을 붙인 대만 문제가 미·중 무역 논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싫어하고 있다”며 “이제 와서 다카이치 총리가 답변을 철회할 수도 없고 출구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자국민의 일본 여행을 자제시키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다시 금지하는 등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대한 보복에 나섰다. 일본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를 등에 업고 다른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중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음에도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관련 발언을 수정하거나 철회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해당 발언을 철회할 경우 국제 무대에 역으로 일본이 대만 유사시를 존립 위기 사태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공언을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또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발언을 철회하면 그가 중국과 관계에서 저자세라는 비판을 받고 지지 기반인 보수층이 이탈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일 관계에 대한 일본 내각의 우려가 높은 것과 달리 대중 강경파인 다카이치 총리와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러한 위기감이 덜하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에도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해 중국의 당국자가 참수를 언급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는 질문에 “우리의 많은 동맹국들도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 우리 동맹국들은 중국보다 무역에서 우리를 더 많이 이용했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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