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국어교육·한국학 연구자들에게 새 지평 열었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8일, 오후 03:0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해외 대학에서 교육자로 일하시는 분들이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드디어 열렸습니다.”

방성원 경희사이버대학교 대학원 글로벌한국학과 교수는 2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일반대학원 전환 인가와 함께 박사 과정을 개설한 것에 대해 “온라인 기반 한국학 및 한국어교육에서 학사-석사-박사 체제가 완성됐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큽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이버대 교수로 임용되고 올해로 만 20년을 맞이했기에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라며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그는 “해외에서 한국학 박사 과정 개설에 대한 요청이 계속 있었지만 기존 특수대학원 체제로는 박사과정 설치가 제한돼 고등학술 연구 수행에 구조적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늘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어요”라며 “이제 사이버대가 연구 중심의 종합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어 교육자로서, 그리고 사이버대 교수로서 가슴이 더욱 뭉클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방 교수는 국내 한국학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자 중 한 명이다. 그는 2000년대 초 한류의 비상과 함께 해외에서 한국학 및 한국어교육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2005년 국내 사이버대 최초로 한국어교육 관련 학과 개설에 앞장섰다. 이후 2011년 특수대학원을 설립하며 글로벌한국학과를 신설해 석사 과정을 추가했고, 이번에 일반대학원 전환을 계기로 박사 과정까지 마련하게 된 것이다.

방 교수는 “돌이켜보면 정말로 쉽지 않았어요. 2005년은 국어기본법이 제정되고 한국어교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해입니다. 당시 국어기본법 공청회까지 다니면서 법 제정 취지에 맞게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학과 설립을 준비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라고 회상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대학원 글로발한국학과는 세계 각지에서 학부·대학원생을 모집해 연구자를 양성한다는 설립 취지에 걸맞게 온라인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하지만 연구자 양성에도 결코 소홀함이 없다. 수업 20% 이상이 실시간 화상 세미나로 이뤄지며, 국내외 한국학 및 한국어교육 현장에 바탕을 둔 우수한 학위논문이 다수 배출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온라인 교육은 더이상 생소한 일도 아니다.

방 교수는 “전공의 특성상 이미 연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외국인을 포함해 학생들 중 절반 이상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데, 실시간 세미나를 통해 수업의 발표와 토론, 수업, 그리고 논문지도 세미나까지 고강도로 이뤄집니다”라며 “한국어교육학·한국학 전공자들은 여러 지역에서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식뿐만 아니라 태도 면에서도 탁월성을 갖출 수 있도록 연구자 양성에 공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러한 노력은 올해 8월까지 지난 15년 동안 55개국에서 560여명의 동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미 미국·스페인·중국·일본·싱가포르·홍콩·베트남 등 해외 유수 대학에서 전임 교육자로 임용된 동문들이 상당하지만, 박사 과정 신설로 앞으로는 더욱 깊이 있는 연구자 배출이 가능해졌다.

방 교수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기반 교육은 미래 고등교육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사이버대의 일반대학원 전환은 온라인 기반 고등교육이 연구 중심 대학원으로 확장되는 핵심 조건입니다. 박사 과정 설치는 교수와 동문, 재학생 모두가 염원하는 핵심 과제였습니다. 해외 대학의 교육자들 중에서 박사과정 진학을 희망했던 많은 이들이 드디어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게 해 주는 길이 마련된 것입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경희사이버대 대학원 글로벌한국학과는 2011년 설립 당시 한국어교육학·한국학의 학문적 탐구를 넘어 지역의 맥락과 세계의 담론을 연결하는 글로컬 한국학(Glocal Korean Studies)을 지향하면서 출발했다. 전통 국학 중심의 범용 한국학이나 지역학을 넘어서 한국을 알고자 하는 세계의 요구에 부응하는 한국학을 선언한 것이다. 박사 과정도 설립 취지에 걸맞게 운영할 계획이다.



방 교수는 “글로컬리즘의 방향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전 세계에서 한류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한국을 매개로 각자의 시간과 공간에서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석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러 국가·지역에 거주하는 대학원생들은 한국어 교육에 관한 현장 문제를 깊이 있게 성찰하고, 세계 시민으로서 상호문화적인 관점에서 한국을 재해석하는 연구를 하기도 합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는 다문화시대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언어와 문화, 교육 등 여러 부문에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는데, 이는 융합적, 학제적 연구가 필요합니다. 글로벌한국학과는 한국어교육학뿐 아니라 한국의 사회·경제·정치·역사 등의 과목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융합적 연구 능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고자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해 데이터기반 분석 및 해석 역량을 갖춘 전문 인재도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박사 과정 개설과 함께 AI와 응용언어학 연구, 디지털시대의 한국 사회, 한국학 데이터 분석 연구 등의 과목을 신설했다.

방 교수는 “박사 과정 신설을 앞둔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 위에 서 있습니다. 2005년부터 온라인 교육에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지금은 생성형AI가 교육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놀라운 속도의 기술 발전에 힘입어 한국학·한국어교육 전문가가 갖춰야 할 역량도 새롭게 정의될 것입니다”라며 새로운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방 교수는 지난 8일 열린 이중언어학회 제51차 전국학술대회 총회에서 제23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내년 1월부터 2년 간 학회를 이끌 예정이다. 이중언어학회는 1981년 출범한 언어 교육 학회로, 재외동포의 언어 습득·교육, 이중언어 교육,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 등의 연구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해 왔다. 최근엔 다문화사회의 언어 교육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방 교수는 “창립 초기 정신을 계승해 다중언어 사용이 일상이 되는 시대, AI가 언어 사용과 학습을 촉진하는 시대 변화에 맞게 연구 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앞으로 전 세계 2000여 명의 회원들과 미래 언어교육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방성원 교수 약력

△미국 UCLA 한국학연구소 visiting scholar △세종학당재단 이사 △경희사이버대학교 교무처장, 대학원장 △(현) 경희사이버대학교 대학원 글로벌한국학과 주임교수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