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안은 급진 좌파 성향의 ‘청년사회주의자’에서 나왔다. 상속세 강화를 통해 새로 걷힌 세금을 기후변화 대응 재원으로 쓰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부자들이 경제 성장의 수혜를 가장 많이 누리는 만큼, 지구 환경 훼손의 책임도 더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위스는 연방 차원의 상속세는 없지만, 주 단위로 비교적 낮은 수준의 상속·자산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 제안이 통과될 경우 처음으로 연방정부 차원의 상속세가 도입되지만, 정부는 “대상자가 약 2500명(전체 인구의 0.03%)에 불과한데도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국민투표를 앞두고 진행된 여론조사에선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매체가 이달 12~13일 1만2263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4분의 3은 이번 제안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게오르크 루 로잔대 교수는 “스위스 유권자들은 매우 실용적”이라며 “상속세를 높여 억만장자를 잃는 것보다 지금처럼 그들이 스위스에 머물며 내는 세금을 유지하는 편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스위스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세계 최고 수준의 부자 친화 국가’라는 지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를 다소 완화할 전망이다. 스위스는 은행들의 친고액자산가 대상 금융서비스와 일부 주(칸톤)의 완화된 조세제도를 기반으로 부유층 유치를 이어왔다. UBS에 따르면 스위스는 인구 100만 명당 억만장자가 9명 이상으로 서유럽 평균의 5배다. 노르웨이·영국 등 고세율 국가에서 탈출한 부유층이 스위스로 이주하는 흐름도 지속돼 왔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중동 등 경쟁 지역이 부상하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그 입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위스에서는 부자 증세 관련 국민투표가 자주 제기되지만 대부분 부결됐다. 2015년에는 200만프랑을 초과하는 유산에 20% 상속세를 부과해 연금 재원으로 쓰자는 안건이 70% 이상 반대로 무산됐다. 2023년에는 300만프랑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부유세 인상안도 55%가 반대해 무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