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 식은 블프 세일…‘눈속임 할인, 관세’에 지갑 닫히나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30일, 오전 04:10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최대 쇼핑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가 예전과 같은 폭발적 흥행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 사상 최대 인파가 쇼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갑은 더 굳게 닫히고 있고, 할인에 대한 신뢰도도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폭발적인 인파 속에서 한정 특가를 두고 다투던 전통적 풍경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파라무스의 가든스테이트 플라자에서 한 시민이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을 마친 뒤 쇼핑백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AFP)
◇사상 첫 1조달러 매출 가능성…소비확대보다 인플레 덕

28일(현지시간) CNBC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소매협회(NRF)는 추수감사절부터 사이버먼데이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터키5(Turkey 5)’ 기간에 1억8700만명, 미국 인구 절반 이상이 쇼핑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그러나 개인당 평균 지출액은 4% 감소한 622달러(딜로이트 조사)로 예상된다. NRF에 따르면 해당 기간 소비는 이미 2년 연속 하락했고, 2019~2024년 사이 약 13% 줄었다.

NRF는 올해 11∼12월 연말 쇼핑 시즌 전체 매출 증가율이 3.7∼4.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4년 4.3%에서 소폭 둔화한 수치로, 총 매출은 사상 처음 1조달러(약 1360조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지만, 인플레이션 영향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다.

실제 물가 상승과 관세 부담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약화시키며 신중한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감당 가능한 수준(Affordability)’ 문제가 정치권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고용 불안, 금리 부담, 임금 정체가 겹치며 소비자 심리가 급격히 약해졌기 때문이다.

리크 고메즈 타깃 최고상업책임자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고용과 물가, 관세에 대한 우려 속에서 심리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며 “그렇다고 축하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블랙프라이데이 ‘희소성’ 약화…온라인 확대에 소비자도 혼란

유통업체들은 블랙프라이데이가 더 이상 하루 행사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월마트는 이달 3차례 분할 할인 이벤트를 진행했고, 타깃은 일주일 내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운영한다.

온라인 판매 확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 소비는 구조적으로 확대됐다.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11월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800억달러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행사 기간의 구조적 변화가 소비자에게 오히려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소니아 라핀스키 알릭스파트너스 글로벌 패션 담당 대표는 “무분별한 할인 확대는 ‘이게 정말 딜인가’ 하는 회의감을 불러일으킨다”며 “일부 프로모션은 정상가를 올린 뒤 다시 인하하는 방식으로 세일 효과를 부풀린다”고 말했다.

캐나다 시어스 최고경영자(CEO)였던 마크 코언은 “블랙프라이데이 가격은 더 이상 ‘다시는 못 볼 딜’이 아니다”라며 “흥행을 유지하려던 전략이 결국 행사의 본질을 희석시켰다”고 지적했다.

정상가를 높여놓고 할인율을 부풀려 보이는 방식도 소비자들의 실망케 하고 있다. 코언은 “긴박감과 희소성이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은 블랙프라이데이를 과장된 홍보이자 일종의 눈속임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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