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오른팔 부패로 낙마…종전 협상·내각 운영 '이중고'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30일, 오후 03:23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측근이자 미국과 종전협상 수석 대표였던 비서실장이 부패 의혹으로 사임하며 젤렌스키 정권이 러시아와 전쟁 이후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정치 혼란을 틈타 대규모 공습을 단행해 수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에서는 정전 피해와 민간인 피해가 속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 비서실장.(사진=AFP)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28일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부패 혐의로 자택 압수수색을 받은 직후 전격 사임했다. 지난 12일 에너지 기업의 대규모 횡령·뇌물 스캔들 연루 의혹으로 에너지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이 동시에 사임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지 2주 만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오른팔마저 사임하면서 젤렌스키 정권을 둘러싼 부패 논란이 정점에 달했다. 예르막 전 비서실장은 미국과 종전 협상을 이끄는 수석 대표인 만큼 그의 사임은 국내외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러시아는 예르마크 전 비서실장의 사임 직후 키이우에 수백 대의 무인기(드론)와 미사일을 퍼부었다. 이 공격으로 2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한 키이우는 이날 50만명 이상이 정전 피해를 입는 등 민간 피해가 속출했다.

우크라이나는 종전협상을 이끌 후임자로 루스템 우메로프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를 지명했다. 그러나 우메로프 서기 역시 부패 스캔들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 관련 협의에서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특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30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위드코프 특사는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마친 뒤 다음 주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종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의 협상팀이 전쟁 종식을 위한 핵심 조항을 미국과 조율 중인 가운데 야권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국가 통합을 위해 주요 장관 교체와 의회 내 새로운 연립 구성 지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법무장관과 에너지장관이 각각 부패 스캔들과 연루된 의혹으로 사임한 뒤 현재 후임 인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WP는 “전면전이 시작된 지 4년 가까이 흐른 현 시점에서 불확실성이 큰 정부에 합류하는 것은 리스크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각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최측근 예르마크의 후임자를 물색하는 등 복합적인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치학자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예르마크의 사임은 젤렌스키에게 있어 거의 오른팔을 자르는 것과 같다”며 “하지만 젤렌스키는 적응력이 강하고, 빠르게 배우는 인물이다. 이번 상황이 재앙은 아니지만, 심각한 도전임에는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WP는 “예르마크의 사임이 평화 프로세스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일부 관측통들은 오히려 이번 조치가 우크라이나의 반부패 노력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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