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주머니 얇아진 美MZ…식어버린 샐러드 보울 열풍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01일, 오후 03:32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 고물가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치폴레 등이 판매하는 샐러드 보울 열풍이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샐러드 보울은 건강하면서도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패스트푸드보다 비싼 가격에 성장이 정체됐다는 진단이다.

치폴레. (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부리토나 샐러드, 아사이 보울 등 ‘샐러드 런치 보울’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최근 수년간 웰빙 열풍을 타고 급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소비 심리 악화와 비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들어 샐러드 보울 업체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치폴레는 44%, 카바는 45%, 스위트그린은 80% 가까이 주가가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는 16% 상승했다.

치폴레의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7.5% 늘었지만 동일매장 매출은 0.3% 증가에 그쳤다. 치폴레는 올해 동일 매장 매출이 역성장할 수 있다며 연간 전망을 하향했다.

카바 역시 3분기 매출은 20% 확대됐지만 동일매장 매출은 1.9% 성장에 불과했다. 카바도 동일매장 매출 전망을 낮췄다. 스위트그린은 동일매장 매출이 9.5% 감소했으며 손실 폭이 예상보다 컸다.

샐러드 보울 업체 실적 전망이 악화한 것은 고객의 70%인 MZ세대가 소비를 줄이면서다. 학자금 대출 상환과 높은 임대료, 고물가에 허덕이는 미 MZ세대가 고용 불안을 느끼면서 외식보다는 집밥이나 패스트푸드와 같은 더 저렴한 점심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샐러드 보울은 13달러(약 1만9000원) 안팎에 판매된다. 10달러(약 1만4700원) 안팎인 패스트푸드 전문점과 한 끼에 20달러(약 2만9000원) 이상 드는 일반 음식점 중간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샐러드보울 업체들이 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식 물가 상승 대비 가격 인상을 자제하면서 수익성도 악화했다. 2019년 이후 최근까지 외식 물가가 34% 상승하는 동안 카바의 가격 인상률은 17%에 그쳤다. ‘건강하지만 배부른 한 끼’를 내세우는 스위트그린은 치킨과 토핑 양을 늘리면서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소득 직장인들의 점심이었던 샐러드 보울이 이제는 대학생과 배달기사 등 끼니를 빠르게 해결하고자 하는 누구나 먹는 메뉴가 됐다는 평가다. 테크노믹에 따르면 전체 외식 시장에서 패스트 캐주얼 체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6%에서 최근 15%까지 높아졌다.

WSJ는 “패스트푸드보다 몇 달러만 더 내면 신선한 진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세금과 팁 때문에 비싸지는 메인 요리 식당보다 훨씬 저렴한 음식”며 “장기적으로 캐주얼 레스토랑 체인점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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