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조력자살' 지원단체 설립자 미넬리, 조력자살로 생 마감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01일, 오후 05:05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스위스의 대표적인 조력 사망 지원단체 ‘디그니타스’의 창립자 루트비히 미넬리가 조력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사진=AFP)
1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미넬리는 지난달 29일 93번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조력 자살을 통해 생을 마쳤다.

디그니타스는 성명을 통해 “미넬리가 선택의 자유, 자기 결정권, 인권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친 인물”이라고 추모했다.

미넬리는 1998년 디그니타스를 설립한 뒤 수천 명의 임종을 도왔다. 조력 사망은 의사의 도움을 받아 환자 스스로 약물을 투여하는 형태의 안락사를 일컫는다.

미넬리는 독일 시사주간지 데어 슈피겔의 기자로 활동하다가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법학을 공부했다. 그는 평생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주장해 왔으며 디그니타스의 또한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을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는 지난 2010년 BBC와 인터뷰에서 “마지막 인권은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며, 위험과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마지막 남은 인권을 구현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그니타스 설립 이후 조력 자살에 대한 국제적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는 최근 말기 질환 일부 환자에게 조력 사망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캐나다·호주·뉴질랜드·스페인·오스트리아는 2015년부터 조력 자살법을 도입했으며, 미국에서는 10개 주에서 합법이다.

디그니타스는 스위스인뿐 아니라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는 국가의 외국인이 스위스를 찾아 조력 사망을 선택하는 사례를 지원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 단체는 지난해 기준 외국인을 포함해 연간 4000명 이상의 조력 자살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스위스에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약물을 투입하는 방식의 안락사는 불법이다. 다만 이익 추구 목적이 없고, 죽음을 원하는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조건을 충족할 경우 엄격한 조건 아래 허용되고 있다.

디그니타스는 성명을 통해 “삶과 임종 시 자기 결정권과 선택의 자유를 위해 전문적이고 전투적인 국제 단체로서 설립자의 정신에 따라 협회를 계속 관리하고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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