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평화 협상 분수령…돈바스 영토 분할 '최대 쟁점'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01일, 오후 07:15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4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안 협상이 이번 주 분수령을 맞는다. 중재에 나선 미국은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협의한 결과물을 가지고 러시아를 방문해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만큼 중대한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관건은 역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영토 분할 여부가 될 전망이다.

11월3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핼런데일비치에서 열린 미국-우크라이나 간 고위급 회담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중앙)이 발언하고 있다.(사진=AFP)
미-우크라, 두 차례 만나 초안 수정안 도출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들은 미국 플로리다 핼런데일비치에서 우크라이나 평화안 마련을 위한 후속 회담을 했다. 이는 지난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 차례 협상을 진행한 뒤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난 것으로 러시아에 전달할 수정안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참석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NSDC) 서기장이 이끌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측 모두 회담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회담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며 협의에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루비오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의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주권과 독립을 유지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논의는 단순히 전투를 끝내는 조건만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장기적으로 번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대표단으로부터 1차 보고를 받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모든 사안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국가 이익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춰 협의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적었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이 과정에 매우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주고 있는 점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앞서 제네바에서 만나 미국이 러시아와 물밑 협상을 통해 마련한 초안의 28개 항목을 19개로 줄이고 우크라이나 측 의견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초안에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영토를 러시아에 양보하고 군 규모를 현재 절반 규모로 축소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을 포기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러시아가 합의를 어기고 다시 공격하면 미국이 동맹국과 군사 지원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조건부 보장’을 들어갔지만 미국의 구체적 방위 개입 수준은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나치게 러시아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영토 분할 최대 쟁점…젤렌스키 흔드는 부패 스캔들도 변수

이제 공은 러시아로 넘어갔다. 미국은 최종 평화안 도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위트코프 특사는 우크라이나와 플로리다 회담 하루 뒤인 1일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다. 관건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도출한 수정안을 러시아가 수용할 수 있을지다. 러시아는 전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자신하며 여전히 강경한 테도를 유지 중이다. 러시아군은 지난주에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주요 기반시설을 향해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을 이어갔고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는 주요 거점을 향한 지상 공세도 지속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수정안에 (러시아 측이 초안에 제시한) 핵심 합의사항이 지워졌다면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무력으로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인정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는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와 현재 러시아가 대부분 점령하고 있는 루한스크·도네츠크 등 돈바스 지역을 포함한다. 최근엔 우크라이나 통제 아래 있는 도네츠크 일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철수까지 요구하며 사실상 돈바스를 통째로 요구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7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정상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군이 통제 지역에서 철수한다면 우리도 전투를 멈출 것이다”며 “철군하지 않으면 군사적으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측근의 부패 스캔들로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도 변수다. 그동안 미국과 협상을 주도해온 안드리 예르막 비서실장은 스캔들 연루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자 최근 사임했고 후임자인 우메로우 서기장도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NABU)은 국영 에너지 기업 에네르고아톰 고위 간부 등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지도층이 협력사에게 정부 계약 금액의 10∼15%에 해당하는 리베이트를 상납받은 혐의를 수사 중이다. 리베이트 액수는 현재 1억 달러(약 1400억원)로 추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스캔들을 우크라이나에 양보를 이끌어내는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협의 직후 기자들에게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크라이나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작은 문제들, 특히 도움이 되지 않는 부패 문제가 있다”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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