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 투자자는 한국 등 일부 선별된 신흥국을 주요 선진국보다 더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AA 등급 신흥국 가운데 한국, 대만 UAE, 카타르, 체코 등이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달러화와 현지통화 기준 모두 동일 신용등급의 선진국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블룸버그 지수 및 블룸버그 종합 등급에 따르면 AA 신용등급 채권의 연초 대비 누적 총수익률은 신흥국 달러표시 채권의 경우 9.78%, 신흥국 현지통화 채권은 9.23%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등급의 미국 기업 채권의 수익률은 7.24%에 그쳤다. 특히 달러 표시 차입금리(스프레드)는 미국 국채 대비 사상 최저 수준인 0.31%포인트까지 축소했다.
이 같은 신흥국 채권의 강세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국가부채 감소, 물가 안정, 경상수지 개선 등 기초체력 회복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7개국(G7)은 재정지출 확대와 저성장이 맞물리며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섰고 연간 국채 이자비용은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각각 GDP의 94.5%, 113%에 달하는 부채 비율을 기록 중이다.
에릭 와이즈먼 MFS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펀드 매니저는 “국가명을 가린 채 미국의 재정지표만 보면 누구도 그 나라에 투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며 “영국과 프랑스도 비슷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국가부채·물가 등 펀더멘털 개선 차이에 희비
선진국과 신흥국의 리스크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5년 만기 달러 표시 국채 스프레드는 미국 국채 대비 0.17%포인트까지 좁혀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국가 부채비율이 55%로 G7 평균의 절반 수준이며 경상수지 흑자(6%)도 유지하고 있어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평가다.
비슷한 사례로 아부다비는 10년 만기 달러채를 미국 국채보다 0.18%포인트 높은 금리로 발행했다. 10년 만기물 기준 신흥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스프레드다. 중국 역시 3년 만기 달러채를 미국 국채와 동일한 금리 수준에서 발행해 지난해까지 적용하던 위험 프리미엄이 사실상 사라졌다.
물론 올해 신흥국 자산 강세에는 달러 약세와 미국 금리 하락도 영향을 미쳤지만 단순한 캐리 트레이드(금리 차이에 따른 수익을 추구하는 거래) 차원을 넘어 구조적 변화를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신흥국의 평균 인플레이션율은 선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이는 지난 35년간 단 한 번밖에 없었던 드문 현상이다. 그럼에도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선진국보다 평균 2.1%포인트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외·재정 건전성 면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신흥국은 대체로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가지만, 선진국 대부분은 적자 상태에 머물러 있다. 재정수지 적자 폭은 비슷하지만 GDP 성장률은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약 2.5%포인트 높겠다고 예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구조적 변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과거처럼 신흥국을 일괄적으로 ‘위험 자산’으로 분류하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닉 아이징거 JP모건자산운용 신흥주권 전략 책임자는 “일부 신흥국 국채가 미국 국채와 같은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 낮은 금리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은 자산 다변화를 대한 실질 수요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며 “신용도가 높은 일부 신흥국들은 수년간 구조적인 개선을 이뤄왔고 이제 시장이 그 사실을 비로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