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 아닌 에어포켓"…월가, 과열 우려 속 '속도 조절론' 눈길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04일, 오전 10:43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월가의 대표 투자기관인 블랙록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에 대해 기존 거품론과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미국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AI가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처럼 투기적 과열 상태가 아니라 실제 기업 투자와 생산성 향상, 수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AFP)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장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장은 2일 미디어 간담회에서 “AI 시장을 거품으로 규정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모든 것을 과거 지향적인 지표나 평가에 의존하는 것을 피하고 싶다”며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인프라 구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AI 붐을 거품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완전하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은 AI에 대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미국 경제성장의 주된 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랙록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AI 관련 기업 투자액은 5조~8조달러 달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수십 년간 유지돼온 2% 수준을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AI 데이터 센터 확장으로 2030년까지 미국 전력 소비량의 15~20%를 AI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랙록은 “AI 인프라 구축은 변혁적인 동시에 매우 취약한 구조”라며 “장기적인 이익 실현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선제적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압박 요인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의 일부라고 설명하며 AI가 주식 시장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는 게 블랙록의 판단이다.

BofA 역시 AI 시장이 닷컴 버블과 같은 ‘붕괴 직전의 거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단기적으로는 일시적인 조정 국면인 이른바 ‘에어 포켓‘(air pocket)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BofA 미국 주식·정량 전략 책임자는 “전력과 인프라 병목 현상과 관련된 투자와 수익화 사이의 시차는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면서도 “이 같은 위험의 일부는 이미 재무제표에 반영됐다”고 짚었다.

BofA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자본 지출은 지난 1년간 영업 현금 흐름의 60%로 증가했으며, 이는 10년 전 30%에서 상승한 수치지만 닷컴 시대의 정점인 140%에 견줘서는 낮은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구글, 메타, 오라클 등 주요 기업의 지출이 올해 4000억달러, 2026년 5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브라마니안은 “시장 폭과 높은 배수가 2000년과 유사한 점은 있지만, 이번 사이클은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주식 비중이 과거 닷컴 시대보다 낮고, 실적 성장이 밸류에이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신규 상장(IPO)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을 대표적인 차이점으로 꼽았다. 또한 비수익 기업에 대한 투기적 자금 유입도 1990년대 후반만큼 극단적이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점들이 BofA의 장기적인 강세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BofA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내년 말 7100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월가 전망치 중 다소 보수적인 수준으로 RBC는 7750, 도이체방크는 8000을 제시한 바 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