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투매 광풍 올것”…월가, 해싯 연준 의장설에 '경고'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04일, 오전 10:56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책사’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가장 유력한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 후보로 관측되자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미 국채 시장의 투매 가능성을 경고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사진=AFP)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기관 투자자들이 미 재무부에 해싯 위원장이 연준 의장으로 지명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해 금리를 과도하게 공격적으로 인하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즉, 해싯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대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상황에서도 무차별적으로 금리 인하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견 전달은 지난달 미 재무부가 월가 대형 은행과 글로벌 자산운용사, 미국 국채 시장 주요 참여자들과 일대일 면담을 통해 해싯 위원장을 포함한 여타 연준 의장 후보들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이 같은 의구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 연준 의장 지명에 가까워지면서 시장 전반에 형성된 불안 심리를 반영한다고 FT는 평가했다. 채권 시장 거물들은 해싯 위원장 보다는 연준의 독립성을 보다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나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라이더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장 참여자는 FT에 “그 누구도 ‘트러스 사태’를 겪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2022년 취임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감세를 추진하면서 재정 부족은 국채 발행으로 메우겠다고 밀어불이자 영국 국채시장이 패닉에 빠진 사건을 말한다. 이후 영국의 국채 금리는 폭등했고 파운드화 가치는 떨어졌다. 트러스 총리는 취임 45일 만에 사임했고, 그의 후임자인 리시 수낵은 경제정책의 급선회를 택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찾아온다면 ‘비둘기파’ 연준 의장은 대형 채권운용사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한 시장 참여자는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높은 인플레이션의 조합은 장기채 매도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해싯 위원장이 현재 극심하게 분열된 연준 이사회를 설득하고 통화 정책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능력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면담에는 미국 국채시장의 주요 참가자들로 구성되는 미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 구성원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TBAC는 월가 채권 거물들로 구성된 그룹으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시장 및 발행 관련 자문을 제공한다.

해싯은 올해 초 TBAC와 만났을 때 시장 논의에 많은 시간을 쓰지 않고, 멕시코 마약 카르텔 문제를 포함한 백악관 우선순위를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해당 논의에 정통한 인사들은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해싯 위원장을 유력한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언급하면서 내년 초 차기 연준 의장을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베선트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함께 “연준 의장 후보 명단 10명을 검토했고 이제 1명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으며, 행사장에 함께 한 해싯 위원장을 ‘잠재적인 연준 의장’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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