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사진=AFP)
일본 국채 금리는 지난 한 달 동안 연이어 새로운 고점을 찍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LSEG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1.917%까지 치솟으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20년물 금리는 2.936%로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고, 30년물은 3.43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은 10년물 국채 금리를 묶어두는 역할을 하던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을 지난해 3월 폐기, 장기간 유지한 마이너스 금리 체제를 끝냈다.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3년 넘게 지속되면서 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자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코탁증권의 아닌드야 바네르지 통화·원자재 책임은 CNBC에 만약 일본은행이 튀어오르는 국채 금리를 억제하기 위해 양적완화나 YCC 정책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엔화 약세가 심화될 수 있으며, 이는 이미 문제로 지적되는 수입 물가 상승(수입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채 금리 상승은 일본의 차입 비용을 높여 국가 재정에 더 큰 부담을 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은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약 23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10월 출범한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추진할 예정으로, 일본의 급증하는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다카이치 내각의 추가경정예산을 위한 신규 국채 발행 규모는 11조 7000억엔으로, 2024년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재임 당시 발행 규모의 1.7배에 달한다. 줄리어스베어의 막달린 테오 아시아 채권리서치 책임자는 “정부가 경기부양과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얼마나 어려운 균형을 요구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8월 일본은행의 매파적 금리 인상과 미국의 실망스러운 경제지표가 겹치면서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졌고, 이로 인해 글로벌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하며 ‘블랙 먼데이’를 맞았다. 당시 닛케이 지수는 하루에만 12% 넘게 폭락하며 1987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로 자금을 차입해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일본이 장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했던 만큼 엔화는 대표적인 ‘자금 조달 통화’로 꼽힌다. 일본은행이 정책 금리를 인상하면 엔화를 빌려 투자한 사람들이 환손실을 피하기 위해 상환에 나서는데 이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라고 한다.
현재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좁히고 있어 다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및 투자자금의 본국 회수(repatriation)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2024년 같은 ‘전면적 시장 붕괴’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마사히코 루 선임 채권 전략가는 “미일 금리 격차 축소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을 줄이지만 2024년과 같은 구조적 청산이 반복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대신 엔화 강세로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질 경우 국지적 변동성과 선택적 디레버리징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루 전략가는 또한 일본의 연금·생명보험·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니사) 투자 등 구조적 자금 흐름이 해외 자산 보유를 떠받치고 있어 대규모 자금 회귀 가능성은 낮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우에다 총재는 참의원(상원) 재정금융의원회에서 “정책금리를 어느 수준까지 올리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중립금리에 달려 있다”며 “경기 안정과 일치하는 수준으로 여겨지는 중립금리 범위를 좁혀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