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참사 구경꾼 몰릴 것"…유럽 항공사들, 우크라 운항재개 채비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04일, 오후 04:1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 저가항공사들이 평화협정 체결 후 우크라이나 공항이 다시 개방되는 즉시 재취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귀향·전후 복구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찾는 인원들뿐 아니라 이른바 ‘참사 관광’(catastrophe tourism)을 원하는 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사진=AFP)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헝가리에 본사를 둔 위즈에어는 평화협정 체결 후 2년 안에 우크라이나 현지에 항공기 15대를, 7년 안에는 50대로 늘려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라이언에어도 협정 체결시 2주 안에 우크라이나 노선을 재개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비행기를 타고 우크라이나를 오가는 인원이 약 1500만명에 달했다. 팬데믹 기간인 2021년에도 1080만명이 우크라이나로 항공 이동을 했다. 이에 따라 종전이 확정되면 발빠르게 대응해 수익 창출 기회를 붙잡겠다는 게 이들 항공사의 공통된 계획이다.

위즈에어의 요제프 버러디 최고경영자(CEO)는 FT에 “이미 계획을 세워뒀다. 영공이 열리는 즉시 빠르게 거점을 복원할 것”이라며 “재개장은 우리에게 상당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귀국하는 우크라이나인들과 대규모 재건 수요에 더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수백만명이 방문했던 것처럼 인재·자연재해 지역을 찾아가는 ‘참사 관광’ 수요도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즈에어는 2022년 러시아 침공으로 국제선 항공사들이 운항을 중단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운항하던 최대 규모 비(非)우크라이나 항공사였다. 2021년 우크라이나를 오가는 항공편만 5000편 이상을 운항, 러시아 아에로플로트와 우크라이나 전세기 회사 윈드로즈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항공사였다.

라이언에어 경영진도 우크라이나 주요 공항을 직접 시찰하며 탑승객을 40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이 항공사는 공항 폐쇄 전에는 키이우, 리비우, 오데사 노선으로 연간 약 150만명을 수송했다. 에디 윌슨 라이언에어 CEO는 “언제 안전해지느냐의 문제일 뿐, 2주 안에 항공편 판매를 시작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유럽 95개 공항에 기단을 배치해 기존 네트워크를 조정하지 않고도 어느 곳에서든 우크라이나로 노선을 열 수 있다”며 “기지가 적은 경쟁사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블린, 섀넌, 코크, 영국과 유럽 각지에서 주 3~5편을 띄울 수 있다. 우크라이나 쪽은 수요를 맞추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취항하지 않았던 이지젯도 노선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켄턴 자비스 이지젯 CEO는 “우크라이나 (재건은) 유럽 최대 건설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고향이 안전해지면 사람들은 돌아오고 싶어할 것”이라며 “지금 유럽에서 빠져 있는 한 조각이 바로 우크라이나”라고 말했다.

다만 위즈에어·라이언에어와 달리 이지젯은 단기간에 우크라이나 현지에 항공기를 상주시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자비스 CEO는 “운항 측면에서는 관제 재개가 비교적 빠르게 가능하지만 공항·활주로 상태와 터미널·활주로의 안전기준 충족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유럽연합(EU) 항공안전청은 항공사들에 우크라이나 상공 비행과 현지 착륙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어서 영공과 공항을 포함한 주요 인프라가 군사 활동에 노출돼 있어서다. 여전히 의도적 또는 오인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크림반도 분쟁이 일었던 2014년에도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이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 비행 중 격추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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