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함께 다자주의 실천"…마크롱 “우크라 평화 협력”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04일, 오후 07:54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지정학·통상·환경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시 주석은 사실상 미국을 겨냥하며 다자주의를 함께 실천하자고 강조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있어서 유럽연합(EU)의 입장을 지지해달라고 촉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로이터·AFP·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프랑스는 독립성과 책임감을 갖춘 대국으로, 세계 다극화를 추진하고 인류의 단합과 협력을 도모하는 건설적 파트너”라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4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AFP)
그는 이어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은 다자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고 역사적 흐름의 올바른 편에 서야 한다”며 “양국 국민의 근본적 이익과 국제사회의 장기적 이익을 기준으로 평등한 대화와 개방적 협력을 지속해 양국의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새로운 60년의 출발점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발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과 프랑스가 모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창립 회원국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현재 세계는 여전히 불안정하며 각종 지역 현안이 난해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유엔 중심의 국제체제를 수호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와 중국은 고위급 교류를 지속해 왔으며 상호 신뢰와 존중을 기반으로 협력해 왔다”며 “프랑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히 유지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세계의 지정학적 불안과 다자 질서의 충격 속에서 양국의 협력을 강조하며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보호, 인공지능 거버넌스 등 글로벌 의제에서 중국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론하며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하며, 중국만의 방식으로 정치적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최근 러시아와의 연대 강화를 재확인한 만큼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프랑스와 유럽의 기대에 부응할 의미 있는 입장 표현은 나오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중국과 EU 사이의 통상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EU가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을 문제 삼아 지난해 최고 45.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지난 7월 유럽산 브랜디에 반덤핑 보복관세를 매겼다. 이어 9월에는 EU산 돼지고기에 임시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EU산 유제품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도 진행 중이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도 중국과 EU 사이의 주요 쟁점이다.

두 정상은 이날 중국과 EU 간 무역 긴장해빙을 위한 조치도 언급했다. 양국 경제·무역 관계와 관련해 시 주석은 “중국은 우수한 품질의 프랑스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하고자 하며, 더 많은 프랑스 기업의 중국 진출을 환영한다”라며 “또한 프랑스가 중국 기업에 공정한 환경과 안정적 전망을 제공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양국 간에 “때때로 의견 차이가 있지만 더 큰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화답했다. 또 “양국이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보다 균형 잡힌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급망 불안정성을 최소화할 신뢰 기반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5일 마크롱 대통령과 중국 서남부 쓰촨성을 방문할 예정이다. 시 주석이 베이징 외 지역까지 함께 동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는 에어버스, BNP파리바, 슈나이더, 알스톰 등 프랑스 주요 기업 최고경영진이 동행했다. 낙농·가금류 업계 대표들도 포함됐다.

로이터는 외적 보이는 양국간 친밀감에도 경제적 협력에는 제약이 크다고 봤다. 로이터는 프랑스가 기대하는 중국의 에어버스 500대 주문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보잉 항공기 구매 압박과 관련해 협상력을 약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뤄지기 어려우며,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점에서 대부분 프랑스산인 유럽산 브랜디에 중국이 반덤핑 관세 대신 요구하는 ‘최저 판매가’도 인상될 가능성이 작다고 짚었다.

EU의 대중국 상품무역 적자는 2019년 이후 60% 가까이 늘었고, 프랑스의 대중 무역적자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매년 프랑스산 약 350억 달러 규모의 제품을 수입하며, 그중 10%는 화장품이다. 항공기 부품, 주류 등도 주요 품목이다. 반면 프랑스는 중국에서 약 450억 달러 규모를 수입한다. 대부분이 150유로 이하 온라인 직구 품목으로, 쉬인 등 플랫폼을 통한 저가 의류·액세서리·소형전자제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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