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호르몬에 성조숙증까지"...동아ST, 쌍두마차 앞세워 성장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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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2월 05일, 오전 12:52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동아에스티(동아ST)가 성장호르몬제 판매 증가에 힘입어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출산 추세 속 자녀에게 집중 투자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저신장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동아에스티는 성장호르몬제에 더해 성조숙증 치료제까지 판매해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그로트로핀, 동아ST 단일 품목 최초 연매출 1000억 돌파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920억원과 3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5192억원) 대비 1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178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했다.

실적 개선은 전문의약품(ETC) 사업이 이끌었다. 특히 성장호르몬제 그로트로핀의 약진이 눈에 띈다. 그로트로핀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1017억원으로 전년동기(886억원)와 비교해 14.8% 증가했다. 그로트로핀이란 동아에스티가 유전자재조합을 이용해 자체 개발한 성장호로몬제를 말한다. 그로트로핀은 1995년 동아에스티가 출시한 1호 바이오의약품이기도 하다.

동아에스티는 1987년 미국 제넨텍사와 스웨덴 카비, 파마시아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소마토놈과 지노트로핀 수입·판매를 시작하면서 성장호르몬 치료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동아에스티는 1980년대 후반 저신장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며 성장호르몬에 대한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하게 됐다. 이후 동아에스티는 국내에서도 수요가 증가된다고 판단해 1988년부터 성장호르몬제 그로트로핀 개발에 착수했다.

그로트로핀 약진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2017년 166억원이던 매출은 이듬해 195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로트로핀의 매출은 2021년 443억원에서 2022년 615억원, 2023년 949억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로트로핀의 급성장 배경으로는 비급여 시장 확대에 따른 국내 성장호르몬시장 전반의 성장이 꼽힌다. 애초 성장호르몬제는 키가 자라지 않는 유전 질환환자들에게 급여로 처방됐다. 하지만 성장판 검사가 가능한 종합병원과 성장클리릭이 늘어나면서 저신장 치료에 관심이 많은 비급여 환자 수요가 급증했다. 저출산 추세 속 자녀에게 집중 투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맞물린 것이다.

정부의 급여 확대도 성장호르몬제시장 성장에 한몫했다. 정부는 2019년 성장호르몬제의 급여 범위를 남아 164.4cm·여아 152.2cm 이하에서 남아 165cm·여아 153cm 이하로 확대했다. 동시에 서방형 주사제도 급여 대상에 포함했다.

동아에스티는 그로트로핀을 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늘어나는 수요량에 대응해 생산량 확대가 적시에 가능했던 점도 도움이 됐다. 투약과 보관 편의성이 뛰어난 그로트로핀 자체의 제품 경쟁력도 또 다른 원동력으로 꼽힌다. 그로트로핀은 액상형 및 카트리지 제형으로 분말 형태의 제품과 달리 별도의 용해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그로트로핀은 국내에서 개발된 성장호르몬제 중 최초로 개봉 후 실온에서 안정성 허가도 획득했다. 그로트로핀은 개봉 후 25℃ 이하에서 최대 10일까지 보관이 가능해 냉장보관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그로트로핀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부드러운 투약 버튼과 1회 투약량 상향, 초기 세팅 삭제 등을 개선한 일체형펜(아이펜)으로 발매됐다.

동아에스티가 그로트로핀의 적응증을 꾸준히 확대한 전략도 적중했다. 동아에스티는 그로트로핀의 추가 임상을 통해 △2015년 특발성저신장증 △2019년 터너 증후군으로 인한 성장부전△임신수주에 비해 작게 태어난(AGA) 소아 성장장애 적응증을 추가했다.

동아에스티는 그로트로핀 투약 환자의 편의를 고려해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전문 상담사를 영입해 그로트로핀만을 위한 콜센터도 개설했다. 그로트로핀의 주 투약자인 저연령 아이들인 점을 고려해 그로퐁이라는 특별한 캐릭터도 제작했다. 동아에스티의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그로트로핀은 동아에스티의 단일 품목 최초로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국내 성장호르몬제시장 규모는 3000억원대로 추정된다.



◇ 입센코리아와 협업해 성조숙증 치료제도 판매

동아에스티는 성장호르몬제와 함께 성조숙증 치료제도 판매한다. 성조숙증을 경험하는 소아 환자 성장판이 빨리 닫힐 수 있는 만큼 성장호르몬제와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를 위해 동아에스티는 입센코리아와 성조숙증 치료제 디페렐린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성조숙증 치료는 비정상적으로 빠른 사춘기 진행을 지연시키고 성장판이 일찍 닫히는 것을 막아 최종 키 손실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입센코리아 관계자는 "성조숙증 치료가 자연적인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치료를 미루기도 한다"며 "하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최종 키가 감소할 수 있고 조기 초경 등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립토렌린 계열 성조숙증 치료제 디페렐린은 입센이 개발한 생식샘 자극 방출 호르몬(GnRH) 작용제로 중추성 성조숙증 및 전립선암 치료에 사용된다. 디페렐린은 1개월 제형(3.75mg), 3개월 제형(11.25mg), 6개월 제형(22.5mg) 등 다양한 제형으로 환자 및 치료 목적에 따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디페렐린은 자연 유래 GnRH와 가장 유사한 분자 구조를 가진 약제로 장기간 투약 안전성도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입센코리아에 따르면 국제 다기관 3상 연구에서 트립토렐린 22.5mg이 포함된 6개월 제형을 투여한 결과, 6개월 시점에서 환자의 93.2%가 사춘기 이전 수준으로 황체형성호르몬 억제를 유지했다.

GnRH 작용제는 건강보험 적용도 가능하다. 다만 △여아 만 8세 미만, 남아 만 9세 미만에 이차성징성숙도 2 이상의 이차 성징이 발현된 경우 △뼈 나이가 실제 만 나이보다 많은 경우 △GnRH 자극 검사 결과 황체형성호르몬이 기저치보다 2~3배 증가해 최고 농도가 5IU/L 이상인 경우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국내 성조숙증 치료제시장은 18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입센코리아와 협력은 디페렐린의 국내 공급 확대와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양사 역량과 전문성이 결합돼 국내 환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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