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처리 중요" 경기도 비서실장 사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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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2월 05일, 오전 10:37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벌이고 있는 극한대립의 원인 제공자 중 한 명인 조혜진 경기도 비서실장이 사의를 밝혔다.

조 실장이 사퇴로 이번 갈등 해결의 열쇠는 성희롱 사건으로 기소된 양우식 경기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국민의힘·비례)의 거취 결정에 달리게 됐다.

지난 4일 경기도지사실을 항의방문한 경기도의회 국민의힘과 조혜진 비서실장(왼쪽 첫 번째)이 대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5일 조혜진 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저는 오늘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직을 내려놓는다”라며 “도민의 민생을 위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임명권자인 지사님의 부담을 더는 드릴 수가 없었다. 애초에 직에 연연한 적은 없다”라며 “양우식 운영위원장과 관련된 문제는 도 공직자들의 자존감과 직결된 것이다. 도의회에서 책임 있게 해결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조혜진 실장은 지난달 19일 경기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에서 벌어진 행정사무감사 수감 거부 사태의 당사자 중 한 명이다. 당시 의회운영위 소관 부서인 도지사 비서실과 보좌기구, 대변인실 등 공직자 일동은 “양우식 의원님이 진행하거나 참석하는 행감 출석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감 보이콧이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이런 도 집행부의 수감 거부에 경기도의회에서 김동연 지사의 사과와 조혜진 실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준예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갈등이 심화됐다.

이에 조 실장은 같은 달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모든 원인은 성희롱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국민의힘 양우식 도의원, 한 명 때문”이라며 양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조 실장의 양 위원장 공개비판 이후 도의회 국민의힘은 단체행동에 돌입했으며, 현재 도의회의 내년도 경기도 예산안 심의는 멈춰선 상태다. 아울러 김동연 지사의 사과와 조 실장 사퇴, 복지 예산 복구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던 백현종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구리1)은 지난 4일 밤 건강악화로 병원에 이송됐다.

경기도 안팎에서는 내년 준예산 상황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조 실장이 이날 사의를 밝힘으로써 최악의 상황은 면할 가능성이 생겼다.

남은 문제는 양 위원장의 거취다. 양우식 위원장은 지난 5월 9일 ‘저녁에 이태원을 간다’고 한 운영위 소속 남성 직원에게 “남자랑 가냐? 여자랑 가냐?”고 물어본 뒤 “쓰○○이나 스○○ 하는 거야? 결혼 안 했으니 스○○은 아닐 테고”라는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무고죄)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여기서 ‘쓰○○’과 ‘스○○’은 모두 변태적 성행위를 일컫는 단어들이다.

경기도청 공무원 노조 등은 사건 이후 양 위원장의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도 이 사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관계자는 “조혜진 실장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사직서를 제출한 만큼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을 위해 양 위원장도 입장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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