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얼굴 달고 NFT 똥을…1억 넘는 로봇견 완판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05일, 오후 04:4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20세기 팝아트 거장인 앤디 워홀 얼굴을 달고 있는 ‘로봇견’이 바닥을 돌아다닌다. 주변엔 세계 최고 부호들과 현대 미술 거장들의 얼굴을 한 다른 개체들도 서성인다. 이들 로봇견이 돌연 멈추고 용변을 보면 사진이 나온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진행 중인 ‘아트바젤’의 풍경이다. 아트바젤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현대·현대미술 아트페어다. CNN방송은 4일(현지시간) 이번 행사에서 관람객들로부터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은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크 윙켈만)의 신작 ‘레귤러 애니멀즈’라고 보도했다.

(사진=CNN방송 캡처)
이 작품은 실리콘으로 만든 머스크·제프 베이조스·마크 저커버그·워홀·파블로 피카소 등의 얼굴을 쓴 로봇 사족보행 장치다. 일명 ‘로봇견’으로, 이들은 전시장 바닥을 자율 주행하며 사진을 찍은 뒤 이를 각 인물 스타일의 이미지로 재해석해 용변 형식으로 배출한다. 즉 워홀 얼굴의 로봇견이 용변으로 뱉은 사진은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구현하는 식이다.

이 작품은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가 올해 처음 신설한 디지털 아트 전용 섹션 ‘제로 10’(Zero 10)에 배치됐다. 첫 VIP 오픈 하루 만에 모든 에디션이 약 10만달러에 판매되는 등 상업적 성과도 거뒀다.

작가인 비플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과거에는 세상을 예술가의 눈을 통해 봤다면, 이제는 머스크·저커버그 같은 기술 억만장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그들이 매우 강력한 알고리즘을 통제하기 때문”이라며 기술 기업이 여론과 정보 소비를 좌우하는 현실을 풍자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들이 보는 장면을 수집·가공해 곧바로 사진으로 출력하는 구조는, 알고리즘이 인간의 인식과 시각을 어떻게 필터링하는지를 시각화한 것”이라며 “우리는 미래를 맞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부연했다.

비플은 또 로봇견들을 “살아 있는 조각”이라 부르며, 약 3년 뒤 사진 촬영과 블록체인 기록 기능은 멈추지만 기본적인 움직임은 남도록 설계해 유한한 ‘수명’을 부여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점점 더 정교해질수록, 감정이 부여된 동적 조각과 같은 형태로 사람·기계 관계를 질문하는 작업이 예술계 전반에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봇들이 토해내는 출력물 상당수는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NFT로 발행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비플은 202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5000점 디지털 이미지를 합친 콜라주를 6930만달러에 판매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경매에서 이뤄진 최초의 NFT 판매였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끌어모았다.

그는 이후 여러 차례 시장 기록을 깨뜨리며 단숨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비싼 생존 예술가에 이름을 올렸으며, 현재는 미국 찰스턴 스튜디오를 거점으로 삼아 디지털·AI 기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CNN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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