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원 내면 영주권 줄게"…트럼프 ‘골드카드’ 드디어 나왔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11일, 오전 09:1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극 추진해온 ‘골드카드’가 드디어 출시됐다. 약 15억원을 내면 영주권 신청 자격을 받을 수 있는 비자 프로그램이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계정)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 정부의 ‘트럼프 골드카드’가 오늘 출시됐다. 자격을 갖추고 검증을 받은 모든 사람에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위대한 미국 기업들이 마침내 귀중한 인재들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실시간 (신청) 웹사이트가 30분 후에 오픈한다”며 골드카드 비자 프로그램 신청 개시를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드카드를 신청할 수 있는 웹사이트 주소도 함께 게재했다.

미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인재 채용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출시된 골드카드 비자 프로그램은 고액 기부 또는 투자를 조건으로 미국 영주권에 준하는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골드카드 프로그램은 개인이 100만달러(약 14억 6600만원), 기업이 200만달러(약 29억 3200만원)를 미 정부에 기부하면, 신청 1건당 1만 5000달러(약 2200만원)의 심사·행정 처리 수수료를 국토안보부에 추가로 내는 조건으로 미국 내 거주 권한을 부여한다. 개인의 경우 영주권 신청이 가능한 EB-1 또는 EB-2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팀 쿡(애플), 마이클 델(델 테크놀로지스), 엔리케 로레스(휴렛팩커드), 안토니오 네리(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 아빈드 크리슈나(IBM) 등 정보기술(IT) 업계 주요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골드카드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그는 “애플의 팀 쿡을 비롯한 여러 경영자들로부터 미국 최고 대학에서 공부한 우수한 인재들을 채용하려 해도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붙잡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골드카드가 외국인 유학생 등 고급 인력의 미국 잔류를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 영주권(그린카드)보다 훨씬 강력한 경로”라며 “이 프로그램으로 발생하는 수수료가 미 정부에 엄청난 금액(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상무부·국무부·국토안보부 장관에게 90일 이내에 골드카드 시행을 위한 모든 필요한 절차를 마련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도 이미 발동됐다.

블룸버그는 “골드카드는 외국인 인재 채용을 원하는 기업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 기조와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국가혁신 정신 계승 목표 사이의 긴장을 드러내는 상징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미 정부는 웹사이트에서 ‘플래티넘 카드’ 비자 프로그램도 곧 제공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플래티넘 카드 프로그램은 골드카드 상위 버전으로 500만달러(약 73억 2800만원)를 납부해야 한다. 수수료는 1만 5000달러로 동일하다. 외국 고소득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미국에 체류하는 270일 동안 미국 이외 지역 소득에 대해 면세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원래 미국에 183일 이상 거주하면 미국 내 소득은 물론 해외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 한다. 다만 플래티넘 카드는 미국 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납부한 적이 있는 외국인들은 신청할 수 없다.

사상 처음 장기 체류자에게 조세 특혜까지 제공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세무 전문가들과 일부 언론은 해외 소득에 대한 과세를 회피하려는 초고액 자산가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행 조세·이민 법제와 충돌 가능성을 지적했다. 법률·이민 전문가들은 비자 정책 변경에는 의회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며 소송 가능성도 제기했다.

불법 이민은 물론 합법 이민까지 대폭 제한해 온 트럼프 행정부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거나, 기부·투자를 통한 ‘영주권 직행’이 비자 제도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투자이민 제도의 ‘패스트트랙’(신속 심사) 통로를 활용하는 방식이어서 별도 입법 없이 시행 가능하며, 형평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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