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쓰고 목선타고…노벨평화상 마차도 베네수 탈출기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11일, 오후 03:38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베네수엘라 야권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베네수엘라를 탈출해 11일(현지시간) 새벽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1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 도착해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외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철권 통치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벌인 마차도는 전날 밤 늦게 오슬로에 도착해 이날 새벽 한 호텔 발코니에 나와 지지자들과 인사했다. 그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월 이후 처음이다.

마차도의 베네수엘라 탈출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노벨위원회조차 마차도의 행방과 그가 노벨상 시상식에 나타날지 알지 못했다.

마차도는 가발을 쓰고 변장을 한 채 10곳이 넘는 베네수엘라 군 검문소를 뚫은 뒤 목선을 타고 카리브해의 네덜란드령 섬 퀴라소로 향했다. 그는 퀴라소에서 미국인 지인의 도움을 받아 전용기를 타고 미국 메인주를 들러 오슬로로 향했다. 마차도 측은 베네수엘라 탈출을 위해 두 달 전부터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미군의 협조도 받았다. 베네수엘라 내륙에서 10시간이 걸려 카리브해 연안에 도착한 마차도 측은 미군에 연락해 마약선 공습을 피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미 해군은 F-18 전투기로 40분간 마차도의 목선을 엄호하기도 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마차도의 탈출 계획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마차도는 악천후로 일정이 지연되면서 노벨평화상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그의 딸인 코리사 소사 마차도가 대신 참석해 노벨평화상을 대리 수상했다.

마차도는 시상식 직전 공개된 노벨위원회와의 통화에서 시상식에 제시간에 도착할 수 없지만, 자신의 오슬로행을 위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걸었다’고 밝혔다.

마차도는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베네수엘라 상황을 알리기 위해 유럽 국가를 순방할 예정이다. 마차도는 베네수엘라에서 귀국이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타렉 윌리엄 사브 베네수엘라 법무장관은 마차도가 노르웨이로 출국할 경우 탈추범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차도가 해외에서 활동하면 외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경제적·정치적 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마차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지지하며 실질적인 무력 행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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