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갈등 속 B-52 폭격기 띄운 미국…"안보 동맹 과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11일, 오후 04:31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B-52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동해 공역에서 공동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가 동해와 오키나와현 해역에 합동 비행을 실시한 직후 이뤄진 것으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이 군사적 긴장감 고조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11일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는 지난 10일 자위대와 미군이 동해 공역에서 공동훈련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사진=방위성)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 소속 특별기관인 통합막료감부(합동참모본부)는 미군의 B-52 전략폭격기 2대와 일본 항공자위대의 F-35 전투기, F-15 전투기 각각 3대가 전날(10일) 동해 공역에서 공동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은 성명에서 “이번 양국 간 합동훈련은 힘을 통한 일방적 현상 변경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일본과 미국의 강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뤄진 러·중 합동 비행을 겨냥한 것으로 미·일 안보 동맹이 중·러 무력시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B-52 폭격기가 참가한 일·미 공동훈련 사실이 공개된 것은 2024년 12월 이후 1년 만이다. 당시에도 약 2주 전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가 오키나와 주변에서 합동 비행을 실시한 바 있었다. 중국 군용기가 대만 주변에서 활동하며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최근 격화한 중·일 갈등은 양국 간 군사 대립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9일 중국 H-6 폭격기 2대와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가 동중국해에서 일본 시코쿠 인근 태평양까지 장거리 비행을 실시했다. 일본 자위대는 영공 침범을 막기 위해 전투기를 긴급 발진해 대응했다. 일본 방위성은 “중·러의 공동 비행은 일본에 대한 시위를 명확히 계획한 것으로, 안전 보장상의 중대한 우려 사항”이라고 비판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6일에는 중국군 전투기가 공해 상공에서 일본 자위대 전투기에 레이더를 조사했다는 일본 방위성의 발표를 두고 양국이 한 차례 맞붙었다. 오키나와 본섬 남동쪽 공해 상공에서 중국 해군 항모 랴오닝함에서 발진한 J-15 전투기가 영공침범 대응 임무 중이던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에 레이더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를 가한 사안이다. 이를 놓고 일본은 레이더 조사가 ‘조준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며 항의하고, 중국은 오히려 자위대기가 중국 해군의 정상적인 훈련을 방해했다며 충돌했다.

중·일 갈등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촉발됐다. 이에 중국은 발언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며 일본산 해산물 수입 금지, 일본 여행 자제 권고 등 경제적 압박 시작했고 이어 일본 인근 해역·공역을 누비며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중·일 갈등이 한 달 이상 길어지는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기 정상회담을 희망하고 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4월 중국 방문 전에 미·일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제가 워싱턴을 방문해도 좋고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 방문 때도 좋은 만큼 가능한 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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