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회사 비자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상향 평가로 6.1% 급등하며 다우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S&P500 지수는 장 초반 오라클 영향으로 하락했으나 매수세가 유입돼 상승반전했고, 나스닥지수는 기술주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사진=AFP)
오라클은 분기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고 향후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지출 계획을 대폭 늘려 제시하면서 10.8% 급락했다. 대규모 AI 설비 투자 부담이 커지는 와중 부채 조달 비중이 높아지면서 현금흐름을 크게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극했다.
오라클 부채 신용부도스와프(CDS) 비용은 10월 이후 두 배로 뛰었다. 일각에서는 오라클의 과도한 부채 의존이 2000년대 초 닷컴버블과 유사한 구조적 위험을 낳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팬뮤어 리버럼의 수사나 크루즈 전략가는 “중반기에는 설비투자 증가 신호만으로도 AI 시장이 들떴지만 지금은 정반대”라며 “오라클은 부채 기반 투자가 많아 가장 취약한 고리”라고 평가했다.
이 영향으로 엔비디아는 1.6%, 브로드컴은 1.6% 하락하며 AI 대표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홈디포(1.8%) 등 경기민감주는 상승세를 보였고, 러셀2000 지수는 금리 인하 수혜 기대 속에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브로커스 수석전략가는 “오라클의 부진은 AI 트레이드 전체에 대한 경고 신호와 같다”며 “수조 달러가 AI 투자에 쏠렸지만 실제 수익 창출 경로는 불확실하다. 오라클은 ‘탄광 속 카나리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장의 일부가 AI테마에서 벗어나 회전(rotating)하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AI 투자에 대한 경계감은 여러 지표에서도 확인됐다. ‘매그니피센트 7’ 대형 기술주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애플(-0.3%), 알파벳(-2.3%), 아마존(-0.7%), 테슬라(-1.1%) 모두 약세를 나타냈다. 비트코인도 장중 9만 달러 아래로 밀렸다.
◇“중소형·가치·금융으로 본격 로테이션”
오라클 쇼크로 기술주가 흔들렸지만, 금융·산업·소재 등 비(非)AI 업종은 오히려 강세를 보이며 지수 전체를 끌어올렸다. 비자를 비롯해 JP모건(2.3%)·골드만삭스(2.5%) 등 금융주는 큰 폭으로 올랐고, 디즈니(2.4%)는 오픈AI 지분 10억 달러 투자 발표 이후 주가가 상승했다.
월트디즈니가 미키마우스와 신데렐라 등 대표 지식재산(IP)을 오픈AI의 인공지능(AI) 영상 플랫폼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규모의 지분을 취득하기로 했다. 이번 계약으로 오픈AI의 영상 생성 모델 ‘소라(Sora)’는 릴로와 스티치, 에리얼, 심바 등 200개가 넘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및 크리처 캐릭터 라이브러리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배우의 얼굴·음성 등 초상권은 포함되지 않아, ‘토이스토리’ 우디 캐릭터는 등장할 수 있어도 원작 배우 톰 행크스의 음성은 사용할 수 없다.
전날 연준은 올해 세 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3.50∼3.75%로 낮추고, 국채시장의 준비금 확충을 위한 단기물 매입도 재개했다. 미 국채는 초반 강세를 보였으나 오후 들어 10년물 금리가 4.16% 수준으로 안정되며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2.3bp 떨어진 3.542%를 기록 중이다.
12월 첫째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점도 채권 강세(금리 하락)를 뒷받침했다. 미 노동부는 12월 6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3만6000건으로, 예상치(22만건)를 크게 상회했다고 발표했다.
달러는 약세를 이어갔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46% 빠진 98.33을 기록 중이다.
롬바르드 오디에의 플로리안 옐포 매크로 책임자는 “이번 금리 인하는 ‘매파적이면서도 성장에 우호적인(hawkish-but-bullish)’ 성격을 띤다”며 “인하 사이클이 이어지더라도 더는 자동적이지 않으며 이는 오히려 주식시장에는 긍정적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뉴욕 유가는 하루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86달러(1.47%) 내린 배럴당 57.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