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가 2023년 6월 16일 포도고리차 법원에 출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AFP)
앞서 미 검찰은 ‘플리 바겐’(유죄인정 조건의 형량 경감 또는 조정) 합의에 따라 권씨에게 1900만 달러(약 279억원)와 일부 재산 환수 및 실형 12년을 구형했다. 권씨 변호인은 몬테네그로에서의 구금 생활과 한국에도 추가 형사 기소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형량이 최대 5년을 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재판부는 15년형을 선고한다는 주문 전까지 그 배경을 설명하는 데 1시간여를 썼다.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특히 과거 권씨가 테라 실패 가능성을 제기한 상대를 향해 ‘나는 가난한 사람과 이야기하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줄 잔돈이 없다’고 쓴 트위터 게시물을 거론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씨를 향해 “당신은 타당한 지적을 깎아내렸다”며 “그 순간이 당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권씨가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투자를 유지하라고 권유하는 동안 자신과 내부 관계자들은 지분을 매각한 행태를 두고 “비열하다”고 비난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검찰의 12년형 구형이 관대한 형량이라며 양측의 협의 과정에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됐는지 여부를 수차례 질문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오창펑 바이낸스 창업자 등 가상자산 기업 경영진을 사면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권씨와 검찰 측 모두 합의 과정에 관여한 사람이 없다고 부인했다.
특히 권씨 측이 요청한 징역 5년형에 대해선 “전혀 상상할 수 없고 터무니없이 부당하다”고 강하게 선을 그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5년형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만약 5년형을 선고한다면 항소심에서 뒤집힐 것”이라며 “검찰이 구형한 12년형도 권씨 본인 또는 권씨와 비슷한 미래의 사기꾼을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씨는 “책임은 내게 있다”며 “판사님께서 제가 가족과 가까이 있고 싶다는 요청을 너무 가혹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엥겔마이어 판사는 아버지 없이 자라야 할 권씨의 딸에게 유감을 표했지만 권씨에게는 동정을 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오히려 권씨의 사기 행각으로 파괴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망가진 삶을 기록한 진술서를 언급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씨가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선고에 앞서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권씨의 형기 만료 전에 그가 석방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를 질문했다. 그는 또 권씨가 한국에서 여전히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미 법무부는 플리 바겐 합의에 따라 권씨가 최종 형량의 절반을 복역하고 조건을 준수할 경우 이후 국제수감자이송 프로그램을 신청하더라도 미 법무부는 이를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