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드론 여러 대를 동시에 제어하는 무선통신 장비 역시 러시아를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는 수출 가격이 거의 변동이 없었지만, 대러 수출 가격만 20% 뛰었다. 드론 표적 정보를 바탕으로 미사일을 유도하는 데 필수적인 레이저 장비도 대러 수출 가격이 56% 급등한 반면, 기타 국가·지역으로의 수출 가격은 32% 내렸다.
이외에도 드론용 항공엔진·모터, 적외선 촬영 장비 등 다른 핵심 부품들 역시 대러 수출에서 가격 인상폭이 두드러졌다. 중국의 고성능 드론과 핵심 부품은 수출시 정부 인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민간용으로 수출됐다가 현지에서 군사 목적으로 전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핀란드 중앙은행이 서방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품목들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중국의 대러 수출 가격은 2021~2024년 평균 87% 상승했다. 반면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국가·지역으로의 수출 가격 상승률은 9%에 그쳤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의 취약한 협상력을 활용해 가격을 높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러시아의 대중 의존도 심화가 가격 급등 배경으로 지목된다. 러시아 수입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약 20%에 불과했으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40% 수준으로 확대했다. 서방 제재로 교역이 끊긴 빈자리를 중국과의 거래로 대체한 영향이다. 중국 정부는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러시아와 정상적인 경제·무역 활동을 지속해 왔다.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의 주문이 집중된 품목에서 가격을 높이기 위해 물량 조절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례로 드론 탑재 레이더 장비의 경우 수출 물량이 9% 줄었음에도 가격 급등으로 전체 수출액은 크게 늘었다.
러시아의 드론 및 부품 수요는 급격히 늘어난 상황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수백대 규모 드론을 떼지어 운용하는 스워밍(편대) 공격과 드론·미사일 복합 공격을 반복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최근 유럽에선 군사기지와 공항 인근에서 러시아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찰용 드론 출현이 잇따르고 있다.
마루베니 중국법인의 스즈키 다카모토 경제연구총괄은 “중국은 대러 수출품 가격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피하기 위해 수출 물량 자체도 조절하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일정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