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매파적' 연준에…美국채 이틀째 강세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12일, 오후 05:51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채권시장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경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마켓워치 등 외신에 따르면 채권 트레이더들이 전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결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국채 금리는 채권 가격이 오를 때 하락하는데, 이날 뉴욕시장 마감 기준으로 이틀 연속 하락해 2년물은 8.3bp(1bp=0.01%포인트) 내린 3.53%를, 10년물은 4.5bp 내린 4.14%를 기록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AFP)
연준이 내년에도 추가 금리 인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시장 분위기는 다소 완화됐다.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도 향후 추가 인하에는 소극적인 이른바 ‘매파적 인하’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해왔지만, 실제 메시지는 예상보다 덜 매파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 금리가 ‘중립 수준’에 근접해 있어 연준이 향후 경제 흐름을 지켜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인플레이션보다 고용 상황에 대한 우려를 보다 강조하며 “노동시장이 상당한 하방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했다. 투자자들은 해당 발언을 노동시장이 추가로 둔화될 경우 연준이 수개월 내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준은 점도표에서 내년 한 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에 반영했지만, 시장에선 내년 총 두 차례 이상 인하 가능성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산정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3월 회의까지 다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약 50%로 예상했다. 이는 이틀 전 39%에서 크게 오른 수치다. 내년에 총 세 차례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도 약 40%로 확대됐다.

JP모건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은 12월 금리결정 회의 전부터 매파적인 인하를 우려하고 있었다”며 “실제 결과는 시장이 걱정했던 만큼 매파적이지 않았고, 그 점에서 안도감이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연준이 단기 국채 매입을 통해 대차대조표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점도 채권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연준은 12일부터 400억달러 규모의 단기국채를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이 같은 조치가 최근 익일물 자금시장에서 나타난 긴장 완화를 위한 것으로 양적 완화(QE)와는 구별된다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유동성 공급 효과에 기대를 키우고 있다.

지난 9월과 10월 연준이 각각 0.25%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했을 때와 달리 이번엔 10년물 국채 금리까지 하락한 것도 단기 국채 매입 발표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과 10월에는 연준이 각각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한 당일과 다음 날 모두 10년물 국채가 매도세를 보였다. 10월 29~30일에는 금리가 총 11.2bp 상승했고, 9월 17~18일에도 7.9bp 올랐다. 반면 이번에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다시 한 번 0.25%포인트 인하해 3.5~3.75%로 낮춘 이후,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틀간 총 4.5bp 하락했다.

ETF 전문 운용사 산잭 알파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앤드루 웰스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동시에 단기 국채 400억달러 매입 계획을 밝힌 것은, 향후 QE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일 수 있다”며 “이번 첫 매입 발표는 단기 구간의 유동성 우려를 완화할 것이며, 우리는 2~5년물 구간 국채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결정은 핵심 경제 지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내려졌다는 점이 변수로 지적된다. 미국 정부 셧다운이 지난달 12일 종료되면서 10월과 11월의 주요 물가·경기 지표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로 있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법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움 법안(OBBBA)’에 따른 감세 효과가 소비와 경제 전반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시점은 2026년이 될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보고 있다. 만약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경우, 미 국채 금리는 재차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웰스 CIO는 “연준은 스스로 ‘데이터 의존적’이라고 말하면서도, 정부 셧다운으로 10·11월 물가 지표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금리를 인하했다”며 “실업률이 개선되고 누락된 11월 물가 지표에서 물가 상승세가 확인된다면, 이번 금리 인하는 1월이 되면 무모한 결정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제롬 파월 의장 후임 인선 절차에 착수하면서, 내년 연준의 정책 기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준 내부의 의견 차이가 확대될 경우, 정책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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