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미국 증권예탁결제기관(DTCC) 자료에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연동된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량이 9월 초 대비 90% 급증했다. CDS는 채권에 대한 일종의 보험 수단으로, 신용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가치가 상승한다.
이러한 헤지 전략의 확산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를 대거 발행하는 가운데 나왔다. 투자자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에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하고자 CDS를 사들이는 것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나다니엘 로젠바움 JP모건 투자등급 채권 전략가는 “이번 분기에는 미국 전역에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는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을 중심으로 개별 기업 CDS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대형 미국 채권 투자사 한 고위 임원도 “개별 기업 CDS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고, 대형 기술기업 전체를 묶은 CDS 바스켓, 혹은 오라클과 메타를 특정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면서 “(AI 거품론에 대해)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보호하고 헤지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흔한 답은 기술기업 CDS 바스켓”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만 해도 신용등급이 높은 미국 기업들의 CDS에 대한 수요는 거의 없거나 전무했다. 당시 빅테크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 보유액과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AI 투자를 자체 자금으로 충당했다. 이들이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회사채 시장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메타, 아마존, 알파벳, 오라클은 올해 하반기에만 회사채 발행으로 AI 프로젝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총 880억달러(약 130조원)를 조달했으며, JP모건은 투자등급 기업들의 차입 규모가 2030년까지 1조 5000억달러(약 221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일부 투자등급 기업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오라클의 경우 CDS 주간 거래량은 올해 들어 3배 이상 증가했고, CDS 프리미엄은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앞서 11일 오라클 주가는 실망스러운 3분기 매출에 10% 넘게 하락했다. 여기에 주요 고객사 오픈AI용 데이터센터 완공이 1년 연기되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다음날 추가 하락했다. 오라클 주가는 9월 고점 대비 40% 넘게 밀렸다.
(사진= 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