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나스닥이 연중무휴 24시간 거래를 위해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관련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서류 제출은 나스닥이 주 5일, 23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첫 공식 절차다.
탈 코언 나스닥 사장은 지난 3월 “규제 당국과 논의를 시작했고 내년 하반기부터 주 5일 동안 사실상 24시간 거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가상 화폐가 만들어낸 새로운 투자 생태계는 우리가 거래 시간 연장을 고려하게 된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며 “다양한 시간대에 거래하는 투자자를 위해 시장 접근성을 높인다는 측면이 가장 중요하다. 더 많은 사람이 미국 주식 투자를 통한 자산 형성의 기회를 얻게 된다는 건 훌륭한 일이다”고 했다.
나스닥은 세계 최대 규모의 거래소 중 하나로, 최근 몇 년간 정규 거래시간 외에도 미국 주식을 거래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제 당국은 거래시간 연장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에 나섰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등 주요 거래소들도 이미 24시간 거래 추진 계획을 밝힌 상태다. 나스닥에 따르면 미국 증시는 전 세계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외국인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17조 달러(약 2경 5000조원)에 달했다.
나스닥은 현재 주중 하루 16시간 운영 중인 주식과 상장지수상품(ETP) 거래 시간을 23시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나스닥 거래시간은 오전 4시~오전 9시30분 프리마켓, 오전 9시30분~오후 4시 정규장, 오후 4시~오후 8시 시간 외 거래 등 세 개 세션으로 구성돼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오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간 세션을 운영한 뒤, 시스템 점검과 결제를 위한 1시간 휴식 시간을 가진다. 이후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야간 세션을 운영한다. 야간 세션에서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체결된 거래는 다음 거래일 거래로 처리한다. 거래 주간은 일요일 오후 9시에 시작해 금요일 오후 8시에 종료한다.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나스닥거래소 (사진=AFP)
다만 24시간 거래가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미국 증시의 공식 시세를 제공하는 증권정보처리시스템(SIP)과 중앙청산기관인 미 증권예탁결제공사(DTCC)의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관건이다. DTCC는 내년 말까지 주식 거래의 연중무휴 결제 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나스닥 거래 시간이 사실상 24시간 체제로 바뀌면 미국 외 지역 투자자가 정규장 외 시간에 발생하는 글로벌 이슈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반면 월가 주요 금융기관은 유동성 감소와 변동성 확대, 투자 대비 수익성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나스닥 북미 시장 담당 수석부사장인 척 맥은 “미국 외 지역 투자자 사이에서 나스닥 상장 기업에 대한 수요가 과거보다 훨씬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전 세계 투자자는 이 거대한 시장에 자신들의 조건과 시간대에 맞춰 접근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탈 코헨 나스닥 사장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 투자자의 주식 투자가 크게 늘면서 많은 투자금이 미국 주식으로 유입됐다”며 “한국의 투자자 역시 나스닥에 상장된 기술주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 나스닥이 24시간 거래를 시작한다면 투자자에게 더 나은 거래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24시간 거래가 시장 참여 기회를 더 넓힌다는 점에서 미국 주식 시장의 ‘민주화’에 이바지하는 셈이다”고 언급했다.
미국 주요 거래소의 거래시간은 100여 년 전 현장 중개 거래를 전제로 설정한 이후 큰 변화가 없었지만 전자거래 확산과 글로벌 투자자 증가로 근본적인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스닥 연중무휴 24시간 거래 추진이 본격화하면 국내 이른바 ‘서학 개미’의 투자 패턴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우선 ‘투자 시간 제약’이 사라진다. 지금까지 서학 개미들은 나스닥 정규장(한국시간 밤~새벽)에 맞춰 잠을 줄여가며 거래하거나 프리·애프터마켓을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등 투자에 큰 제약이 있었다.
나스닥이 주간·야간 두 세션으로 23시간 내내 문을 열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투자자는 자신의 생활 리듬에 맞춰 보다 유연하게 매매 타이밍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변동성 관리 측면에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미국 주요 지표 발표, 기업 실적, 지정학적 이슈 등이 정규장 이후 발생하면 지금은 선물·CFD(차액결제거래) 시장을 통해서만 가격을 반영하지만 23시간 거래 체제에서는 실제 현물 주식 가격이 실시간으로 반영하면 조정을 받는다. 한국 투자자도 장외 시간대에도 보유 종목을 바로 팔거나 살 수 있는 대신, 밤·새벽 시간에도 급등락에 노출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