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 보조금, 아동수당…日, 생활비 부담 완화 '총력전'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17일, 오후 07:04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일본 정부가 생활비 부담 완화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초과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민간 소비까지 위축되는 조짐을 보이는 데 따른 대응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17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앞세워 전기·가스 요금 지원 등 고물가 대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물가 대책의 성과는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7일 마이니치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참의원(상원)은 전날 저녁 18조3000억엔(약 174조 5000억원)규모의 추경(보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추경은 일본 정부의 종합경제대책을 뒷받침하는 성격으로 물가 상승 대응에 8조9000억엔을 배정한 것이 핵심이다. 내년 1~3월 전기·가스요금 보조금으로 5000억엔, 아동 1인당 2만엔 지급에 4000억엔, 식료품 가격 급등 대응을 포함한 중점지원 지방교부금으로 2조엔을 편성했다. 이 밖에 위기관리·성장 투자에 6조4000억엔, 방위력·외교력 강화에 1조6000억엔, 예비비로 7000억엔을 배정했다.

이 같은 재정 확대는 소비 둔화 신호가 뚜렷해진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일본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10월 물가를 반영한 가계 실질지출은 전년 대비 3% 감소했다. 일본 가계가 지출을 줄인 것은 6개월 만으로, 교통·주거 관련 지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는 1% 증가를 예상했던 시장 전망을 크게 밑도는 결과다.

솜포 인스티튜트 플러스의 고이케 마사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가 여전히 약하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다”며 “현재의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가처분소득만으로 지출이 늘어나기 어렵고, 특히 식료품과 자동차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 위축의 영향으로 일본의 3분기(회계연도 2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6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 기간 GDP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질임금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가운데 가계가 여전히 재량지출을 줄이고 있는 흐름이 이어지면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6일 다카이치 총리가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AFP)
정치적으로도 고물가 대응 성과는 다카이치 내각의 중요한 과제다. 지속적인 물가 상승은 유권자들의 불만을 키워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서 집권 세력의 연이은 패배로 이어졌고, 전임 총리들의 퇴진 배경이 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이달 초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율은 75%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는데, 응답자 55%가 ‘총리가 우선 처리해야 할 정책 이슈’에 대해 ‘물가 상승 대응’이라고 답해 관련 정책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물가 상승세는 3년 반 넘게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연 2% 크게 웃돌고 있다. 로이터가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신선식품을 제외한 11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0% 상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10월과 같은 수준으로, 9월(2.9%)과 8월(2.7%)에 비해 높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정책 정상화 행보를 이어갈 태세다. 시장은 일본은행이 이달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현행 0.5%에서 0.75%로 인상할 것으로 널리 예상하고 있다. 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왑(OIS) 시장 역시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90%로 반영하고 있다.

고이케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부진은 금리 인상의 역풍(금리 인상으로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기도 하지만, 현재 소비를 압박하는 근본 원인이 엔화 약세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인 만큼 12월 금리 인상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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