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울 자금 협상 결렬“…오라클 미시간 데이터센터 ‘안갯속’
미국 소프트웨어 오라클을 둘러싼 데이터센터 투자 우려를 계기로 AI 관련주 전반에 대한 매도세가 확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라클이 추진 중인 100억달러 규모의 미시간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이 주요 투자 파트너와의 자금 협상이 결렬되면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블루아울은 오픈AI에 컴퓨팅 파워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되는 1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방안을 놓고 오라클 및 대주단과 협의를 진행해왔으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AFP)
블루아울은 또 해당 부지가 개발업체 리레이티드 디지털(Related Digital)에 의해 조성되는 과정에서 공사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자본 운용사인 블루아울은 그동안 오라클의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텍사스 애빌린의 150억달러 규모 부지와 뉴멕시코의 180억달러 캠퍼스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데이터센터를 소유한 뒤 이를 오라클에 장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이번 협상 결렬로 미시간 데이터센터의 재원 조달은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번 자금 조달 난항은 오라클의 인공지능(AI) 인프라 전략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라클은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대출을 통해 공격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제기됐고, 신용평가사와 애널리스트들도 부채 증가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오라클 주가는 9월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했으며, 회사채 역시 약세를 보였다.
오라클은 해당 보도를 부인하며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주가는 5.4% 급락했다.
◇오라클 여파에 기술주 줄줄이 급락…AMD 또 5.3%↓
AI 투자 사이클을 둘러싼 회의론은 다른 대형 기술주로도 번졌다. AI 붐에 베팅해온 투자자들에게는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작은 이상 신호만으로도 충분히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브로드컴은 4.4% 하락했고, 엔비디아는 3.8%, AMD 는 5.3% 떨어졌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3.1% 내렸다.
시장에서는 수년간 ‘무위험 투자처’로 여겨졌던 대형 기술주가 과도한 밸류에이션과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부담을 정당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잭 애블린 크레셋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AI는 여전히 시장의 핵심 투자 테마지만 피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섹터 밸류에이션은 높고, 인프라 투자는 전례 없는 수준이며, 투자 열기는 과거 투기적 사이클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연간 4000억달러 이상을 AI 인프라에 투입하고 있지만, 기업 차원의 수익화는 크게 뒤처지고 있다며 “이 같은 불균형이 내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로 시장에서는 대형 성장주에서 가치주와 중소형주로의 자금 이동이 뚜렷해지고 있다. 11월 저점 이후 러셀2000 지수는 8.5% 상승한 반면, ‘매그니피센트7’ 지수는 5% 상승에 그쳤다.
브라이언 멀베리 잭스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대형 성장주에서 대형 가치주로의 명확한 로테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며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실제로 누가 수익화할 수 있느냐가 시장의 핵심 질문”이라고 말했다.
증시에 대한 변동성은 커졌지만 월가의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전략가들의 평균 전망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2026년 말 7555선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현재 수준 대비 약 12%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다수의 전략가들은 AI 랠리가 최소 2026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앤서니 새글림베네 아메리프라이즈 전략가는 “내년 변동성은 불가피하겠지만, 대형 기술주의 구조적 성장 동력은 여전히 주요 지수의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 이사 (사진=김상윤 특파원)
채권시장은 연준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낙폭을 줄였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15% 부근에서 보합세를 나타냈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0.6bp 오른 3.485%를 기록 중이다.
월러 이사는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인하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2026년까지 계속 둔화하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중립 금리 수준보다 최대 100bp(1%포인트) 높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중립 금리는 경기 성장을 억제하지도,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지도 않는 수준을 의미한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만큼 우리는 시간을 갖고 접근할 수 있다. 내려가는 데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정책금리를 중립 수준을 향해 점진적으로 끌어내려 가면 된다”고 말했다.
달러화는 0.2%가량 상승하고 있고, 비트코인은 2% 넘게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러시아와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며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67달러(1.21%) 상승한 배럴당 55.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