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엔비디아 AI 반도체 대중 수출 허용 검토 착수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19일, 오후 04:0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H200’의 중국 수출 허용 여부를 검토하는 절차에 착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조건부 수출 허용’ 방침을 이행하기 위한 첫 단계로, 실제 승인이 이뤄지면 엔비디아의 H200 칩이 처음으로 중국에 공급될 전망이다. H200은 현재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인 ‘블랙웰’(Blackwell)’보다는 구형이지만, 여전히 업계에서 널리 활용되는 고성능 제품이다.

(사진=AFP)
보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H200 대중 수출과 관련한 라이선스 신청서를 국무부·에너지부·국방부로 넘겨 검토를 요청했다. 부처간 심사 착수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익명의 소식통은 “수출 규정상 관련 부처는 30일 이내 의견을 제출해야 하며, 부처간 이견이 있을 경우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간다”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H200 칩의 대중국 판매를 허용하되, 미국 정부가 판매액의 25%를 수수료로 징수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그는 당시 “중국산 반도체 수요를 줄여 미국 기업들이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외신들은 “중국의 미국 기술 접근을 전면 차단했던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과는 대조적”이라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을 도용하고 상업용 기술을 군사 목적으로 활용한다고 비판했다”고 짚었다.

상무부와 엔비디아는 관련 질의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백악관 대변인은 구체적인 검토 절차에 대한 언급을 피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국 기술 생태계의 지배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내 초당파적인 ‘대중 강경파’ 인사들은 이 결정이 중국의 군사력과 AI 역량을 강화시켜 미국의 기술 우위를 되레 약화시킬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존 물레나(공화·미시간) 위원장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이 자국산보다 앞선 칩을 수백만개 구매토록 허용하는 것은 AI 산업 내 미국의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대통령의 노력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백악관 AI 정책 책임자인 데이비드 삭스 등은 “첨단 AI 반도체의 제한적인 대중 공급은 화웨이 등 중국 경쟁사들이 독자적으로 첨단 칩 설계를 추격하려는 동기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 정부가 실제로 해당 수출을 얼마나 신속히 승인할지, 또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구매를 허용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로이터는 앞서 엔비디아가 H200 칩의 중국 수요가 예상보다 급증하자 생산량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등 중국 기술기업들이 이미 엔비디아와 접촉해 H200의 대량 구매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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